대학들 "122가지 철폐하라" Vs 교육부 "19개만 전면 해제"

교육부가 3일 내놓은 33가지 대학자율화추진계획에 대해 대학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재정확충 방안을 비롯해 입시 자율화 등 큰 틀의 자율화는 없고 사안별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교육부는 대학으로부터 122가지 규제 철폐를 요청받았지만, 이 가운데 약 27%인 33가지에 대해서만 받아들였다.

특히 33가지 중 전면 해제는 19가지로 15%에 불과하다. 6건은 부분 수용, 8건은 장기 검토 과제로 남겨뒀다. 대학의 요구사항 중 극히 일부만 수용했다.

남익현 서울대 기획부실장은 "어쨋든 규제가 적어지는 것은 환영할만하다"면서도 "근본적으로 대학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이 없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정혜영 경희대 기획조정실장도 "없는 것 보다 낫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며 "학생선발 자율권과 사립대 수입원 확대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교육부가 대학자율과 어긋나는 것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면서 "등록금과 기여입학제 등을 허용하는 쪽으로 규제를 대폭 풀라"고 주장했다.

박용부 성균관대 총무처장도 "대학의 재정과 학생선발, 재단에 관한 문제 등 규제의 큰 줄기를 풀어줘야지 작은 내용들이어서 와닿는 게 없다"고 폄하했다.

그는 "한국대학재정관리자협의회 차원에서 요청했던 각종 재정 관련 규제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특별히 학교 차원에서 소득이 될 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들은 학교기업 금지업종을 대폭 허용한 것과 감가상각충당적립금 신설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한다면서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세대 재무처 관계자는 "대학 수익사업을 장려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등록금 범위 내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감가상각충당적립금제도는 이전에도 돈 있는 대학들은 미리 준비한 내용"이라며 "재정이 충분한지의 문제일뿐,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원우 세종대 기획실장은 "학교가 여러가지 업종에 관여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학교기업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그 파장이 대학에 미칠 수 있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 기획실장은 그러나 감가상각충당적립금제도에 대해서는 "건물 개보수에 등록금을 쓰는 것에 거부감이 많았는데, 이런 측면에서 환영할만하다"고 기대했다.

대학의 대응자금을 기존의 교비회계에서 산학협력단 회계로 전출을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역시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뽑았다는 지적이다.

박진배 연세대 산학협력단장은 "연구능력보다 대응자금이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부작용이 크다"면서 "아예 대응자금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모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장도 "과기부는 대응자금을 폐지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교육부는 이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채권 발행을 부분적으로 허용한데 대해서도 재정확충 방안이 없는 대학이 무리하게 돈을 빌렸다가 오히려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익현 기획부실장은 "채권발행을 허용한 것은 좋지만 결국 대학이 갚아야 하므로 독약이 될 수도 있다"면서 "대학이 수익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고,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원우 기획처장도 "무리한 차입이나 차입 이후 사고발생을 줄이기 위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 학과모집 부분 허용에 대해 김태완 한경대 기획처장은 "위기에 처한 기초 학문 분야 활성화를 위해 기존 학부제 외에 과 단위 모집은 환영할만하다"고 밝혔다.

대학 입시정책 자율화 등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 대학자율화위원장을 맡은 김문현 이화여대 교수는 "현 정부 입장이 평준화인데, 3불정책 관련 사안은 여론과 국민적 합의에 따라야 할 문제라 의제로 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용부 성균관대 총무처장은 "개선안을 내놓은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부터 자율성 없이 정부가 정한 범위내에서 논의했다"고 이번 자율화계획의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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