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액 미흡… 국고지원 핑계로 간섭 우려도

지난 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하 대교협)의 대학 입학사정관제 시범대학 선정 발표에 정작 대학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4억원의 국고지원금을 배정받은 서울대를 제외하면 1~2억원 정도의 미흡한 지원액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은 이번 입학사정관제 시범대학 공모에 지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안 되는 국고지원을 받고 대학 입시정책이 간섭받는 ‘소탐대실’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학들은 내부 연구를 거쳐 입학사정관제의 자율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지원액도 크지 않은 데다 (지원하는 데) 여러 복잡한 절차가 있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도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국고지원을 받으면 졸속시행의 우려가 있다. 내부 연구팀을 꾸려 외국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규호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와 실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슷한 제도의 자체시행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대학은 우선 ‘급한 불’인 입학전형 요강 확정 등 입시일정을 진행한 후에 자체 추진계획을 세워 밀고나갈 예정이다.

입학사정관제 시범대학에 선정된 대학들도 고민 중이다. 입학사정관의 역할과 권한이 불분명해 대부분 ‘외부 영입’ 원칙 외에 세부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차차 입학사정관제의 상(像)을 그려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에 그치고 있다.

서울대는 기존 입학전문위원 제도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시범단계인 만큼, 서류정리나 예비평가 등 기초 과정에 3~5명의 사정관을 투입할 것”이라며 “일단 (부담이 덜한) 농어촌특별전형·특수교육대상자전형 등 정원외모집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는 3명의 입학사정관을 외부에서 영입해 서류평가 기초작업, 입학 통계 자료분석을 비롯해 입시홍보전략까지 맡길 예정이다. 장훈 중앙대 입학처장은 “입학 관련 업무가 여러 업무가 얽혀있는 만큼, 당장 중요한 역할을 맡기기보다는 기초 업무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00%에 달하는 대응자금 비율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차경준 한양대 입학처장은 “대응자금을 100%씩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1년에 2억원을 지원받는 한양대는 3년간 6억원이 들어간다. 벌여놓은 사업이 많은 대학 입장에선 국고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평가기준을 마련해 정성평가를 지향하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살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입시에 민감한 한국적 상황에서 정성평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량평가 위주로 갈 수밖에 없겠지만, (정량평가는) 다양한 전형기준과 방법을 마련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