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브리핑]‘대학의 요구’ 귀막은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가 13일 발표한 2009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은 2008학년도와 큰 틀에서는 같다. 내신이 강조되고 수능 성적이 등급으로만 나온다. 그러나 눈에 띄게 바뀐 표현이 있다. 학생 생활기록부(내신)를 반영하는 방법이다.

교육부는 작년 8월 발표된 2008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에는 내신반영 방법에 대해 “방법, 비율 등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시행”이라고 규정했었다. 그런데 2009학년도 계획에서는 ‘자율’이라는 단어를 빼버렸다. “대학은 대입 전형에서 학교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내신의 반영률, 반영방법(등급간 점수 설정 등)을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결정”이라고 바꾼 것이다.

왜 뺐는지 이유는 뻔하다. 지난 6~7월 대학들과 교육부는 약 한 달 동안 내신의 반영률을 놓고 싸웠다. 대학은 자율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었고, 교육부는 실질 반영률을 “50%로 하라”, “30%로 하라” 하면서 제재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학들은 당시 2008학년도 대입계획에 있는 ‘자율’이라는 말을 근거로 교육부를 괴롭히곤 했었다. 결국 교육부는 대학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고 완전히 거부해 버린 것이다.

이처럼 대학의 목소리를 깔아뭉갠 사례는 2009학년도 계획에 또 있다. 교육부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정원 외로 뽑을 수 있는 내용의 기회 균등할당제를 위한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지방대 총장들이 “지방 학생을 수도권으로 다 뽑아간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는 대학들에 2010학년도 입시부터는 세부 계획을 1년6개월 이전까지 발표하라고 했다. 이는 이미 대학들이 “물리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사안이다.

서울 모 사립대학의 입학처장은 “최근 1~2개월 동안 총장, 교수들이 성명까지 내 가면서 얘기한 내용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 정도면 교육부는 글자 그대로 벽이라고 봐야 한다”고 허탈해했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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