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 정책' 입장 구체화 안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교육 정책은 '대학 자율화'와 '사교육비 획기적 경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후보가 홈페이지와 경선 과정 등에서 밝힌 교육 부문 관련 내용에 따르면 교육 정책의 기본 방향은 관치에서 자율로, 공교육 내실화와 고품질화(사교육비 획기적 경감), 학교의 자치와 자율경영 강화, 교육안전망 구축, 개방적 평생학습체제 구축, 대학교육의 개방화와 세계화 등 6가지로 나뉘어 있다.

교육 정책의 목표는 '꿈과 희망, 기쁨을 주는 교육' '모든 국민이 자신의 소질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하고 성취할 수 있는 교육' '국가 교육경쟁력 향상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훌륭한 인재 육성' 등이다.

교육 정책의 목표나 방향에 제시된 내용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기존 교육 정책과 크게 차별화돼 보이지 않는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교육부 대학 정책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개된 정책 내용에 비춰선 기존 교육 정책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며 "급격한 변화를 점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소 포괄적이긴 하지만 이 후보의 공약 내용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대학 자율화다.

대학 자율화는 교육 정책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입시 자율화', 특히 '3불 정책'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박근혜 전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기존 '3불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던 데 반해 이 후보는 3불 정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정부 교육 정책의 근간인 '3불 정책'을 고수 또는 수정, 전면 폐지할지 여부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 교육 정책 근간의 하나로 '공교육 내실화' 또는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교육비의 획기적 경감 방안이 제시된 데 비춰 대학 자율화가 '입시 정책' 보다는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일단 비쳐진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학 자율화를 외치면서 입시 문제와 직결되는 '3불 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을 놓고 내심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없지 않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이 후보 본인이 교육 정책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몰라도 이 후보 참모진 중 교육 전문가들의 성향과 향후 움직임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때 '기여입학제' 도입 가능성을 내놓았다가 철회했던 전례에 비춰 이 후보의 '대학 자율화' 개념을 공개된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후보가 제시한 교육 목표 중 '국가 교육경쟁력 향상과 인재 육성' 부분은 해석하기에 따라 '대학 입시 정책'의 경쟁력 확보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교육계 일각에서 나온다.

교육부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온 포괄적인 공약 내용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서 나올 정책 방안은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전제,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조만간 '의미있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이 후보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교육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다소 실망스럽다"며 "'3불 정책'의 타당성 여부나 교육 재정 문제 등을 포함해 중장기 교육 정책 과제를 논의할 국가교육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만중 정책실장은 "이 후보가 기업 CEO 출신으로서 교육의 경쟁력을 강조한 부분이 있고 이것이 대학 입시의 경쟁력을 너무 부추기는 정책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며 "교육 정책이 대학 서열화 등 학벌 중심이 아닌 능력 위주의 평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방향으로 제시되고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