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원생 영어교재 제대로 못 읽는 탓"

서울대가 대학원생의 영어실력을 높이고 국제화 소양을 기르기 위해 대학원 입시의 영어성적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대학원 교재의 대부분이 영문 원서나 논문인데다 영어강의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일부 대학원생은 교재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법대, 사회대 사회학과의 석ㆍ박사과정 2008학년도 후기모집 텝스(TEPS) 성적 기준을 601점에서 701점으로 100점씩 상향 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의 텝스 성적 기준도 551점에서 601점으로 50점 높아졌다.

자연대 대학원도 텝스 성적 기준을 단계적으로 올려 2009학년도 전기모집부터 는 기존보다 50점 높아진 551점을 적용하기로 했으며, 행정대학원도 2008학년도 전기모집 텝스 성적 기준을 석사 551점(종전 522점), 박사 664점(601점)으로 각각 상향했다.

텝스와 함께 서울대 대학원 입시에서 공인 영어능력시험으로 사용되는 토플(TOEFL)의 CBTㆍIBT 성적 기준도 텝스의 상향 폭에 맞춰 상향 조정됐다.

이는 대학원 입학 영어성적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수업 진행에 차질을 빚게 하거나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대학원생이 입학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일부 대학원생이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 하는 것은 물론 영어원서 교재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호문혁 법대 학장은 "영어든 제2외국어든 대학원 신입생의 읽기ㆍ쓰기 능력이 점점 뒤처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입학 기준을 높여야 외국어 공부를 하고 대학원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도 "2006학년도 학부 신입생들이 텝스를 치른 결과 응시자 10명 가운데 8명 꼴로 550점을 넘었고 750점 이상인 학생도 26.7%에 달했다"며 "대학 신입생들도 상당한 영어실력을 갖고 있는데 대학원 석ㆍ박사과정 학생들이 이들보다 영어능력이 뒤진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장무 총장이 강조하는 '국제화'가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장차 국제적 저널에 논문을 싣거나 학술대회, 학회세미나 등을 원활하게 치를 수 있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자연대의 한 교수는 "영어로 쓰인 논문을 보고 무슨 말인지 모르는 학생이 어떻게 자기 손으로 영어 논문을 작성해 발표하고 토론하겠나"라며 "애초에 영어성적 기준이 지나치게 낮았으므로 정상 수준에 맞추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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