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을 지향한다. 설립자인 고 고황경 박사는 일찌감치 대학의 몸집 키우기보다 내실에  비중을 두었다.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은 종합대학이 아닌 ‘유니크 컬리지’(특성화 대학)를 서울여대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천편일률적인 백화점식 대학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장은 “단기적인 안목으로 성급하게 방향을 정하지 않고 우리 대학의 역사와 교육이념, 철학 등을 담아낼 수 있는 특성화 분야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여대는 2004년 수도권대학특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됐고 2주기 대학종합평가에서 교육및사회봉사영역 전국 1위에 올랐다. 재학생만 8천명이 넘는 규모를 갖춘 대학으로 성장한 가운데 특성화에 강한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편, 이 총장은 국내 사학들의 영향력을 감안해 정부가 사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이사로써, 재단을 통한 우회적인 사학 지원방법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여대 총장실에서 이 총장을 만나 서울여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서울여대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얻은 성과는.


"지난 6년간 행정관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또 미술대학 건물을 증축하고 현재 사학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620실 규모의 기숙사와 학생복지회관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총 275억 상당이 투입되는 기숙사와 학생복지관 신축을 통해 학생 복지와 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2004년 12월 대학종합평가에서는 교육및사회봉사 1등을 차지하는 등 교육중심대학으로서의 소임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타 대학에 비해 학생유치도 수월한 편이다. 과 교수들이 일심동체가 된 학과들의 경우 매년 입시에서 수십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바롬교육을 40여년간 실시해오고 있다. 어떤 의미를 지닌 교육인가.


"1961년 초대 학장인 바롬 고황경 박사가 창안한 이래 40여 년 동안 서울여대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은 프로그램이다. 바롬교육은 학생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고 합리적인 사고를 배우며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서울여대인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외국 대학에서 조차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 교육을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도 벤치마킹을 하려고 하지만 쉽게 흉내내지 못한다. 40여년간 서울여대가 시대에 맞게 다지고 고민하면서 이뤄온 결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당면한 문제가 성적을 올리는 '스킬'을 우선시하고 공동체 교육을 등한시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알아주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가정과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이 교육의 핵심이다"


◆여자대학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여자대학을 고집하는 편이다. 여자대학으로서의 강점이 분명히 있다. 흔히 20세기는 하드웨어 중심, 21세기는 소프트웨어적인 시대라고들 한다. 즉 협력성, 유연성, 합리성,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여성성이 반영된 학문이 끊임없이 개발돼야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자대학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육성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여자대학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학진흥재단의 이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재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 사학진흥재단은 대학이 해외에서 외국인 교수를 영입할 때, 이들의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다. 즉, 외국인 교수의 전세 비용을 재단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대학마다 국제화를 중점 과제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 큰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이다. 문제는 재단의 기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금 사학진흥재단 예산은 너무 초라하다. 정부로부터 단 1원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돈이 많은 대학이 또 돈을 빌리고 열악한 대학은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한 데 사학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사실 아닌가. 대학이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교육부와 대학의 갈등의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는지.


"결국은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마다 나름의 역사가 있고 교육이념이 있지 않나. 또 남녀공학인지, 여자대학인지, 서울인지, 지방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교육정책을 적용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단, 기여입학제는 반대한다. 양극화 현상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에 기부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을 뿐더러 학부모들이 돈으로 일류대학을 보내려는 집념 때문에 시기상조인 것 같다.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동문들로부터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만 여 통이 넘는 전화통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우리 기부문화는 성숙되지 않았다"
 
◆서울여대의 비전은.

"작지만 강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여대는 외부 평가 등에서 대학 이미지가 순수하고 깨끗하며 성실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신입생 시절부터 시작되는 공동체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8천명이라는 학생 수가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작은 대학을 만들자는 철학을 가지고 특성화 교육을 통해 변화할 미래 사회에 대처하겠다.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서울여대가 나아가야할 근본적인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특성화 사업 등에 선정되기 위해 단기적인 안목으로 사업분야를 선택하곤 하는데 우리 대학은 서울여대의 역사, 교육이념, 철학 등을 담아낼 수 있는 특성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은

-이화여자고등학교(1961)
-서울여대 사회학과 졸업(1965)
-미국 켄트 스테이트 유니버시티 석사(1971)
-서울여대 조교수(1972~1975)
-서울여대 교수(1990~2000)
-연세대 대학원 박사 (1988)
-서울여대 제4대 및 5대 총장(2001~)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운영이사(2001~)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2003~)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2004~)
-한국사립대학총장 협의회 감사(2005)
-서울복지재단 이사장(2006~)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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