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정보 범위 담은 시행령(안) 공개

 취업률과 충원율 등 대학의 각종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정보공시제가 내년 5월부터 시작된다. 공시해야 할 정보의 구체적 범위를 담은 시행령(안)이 13일 공개됐다. 공개해야 할 정보가 60여개에 달하는 데다 학과 단위 공개가 원칙이라 정보 공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날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마련하고, 교육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육부는 교육개발원의 정책연구를 토대로 10월 중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해 연말까지 시행령을 확정한다는 일정이다. 


시행령(안)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교와 대학 등 교육 관련 기관은 내년 5월부터 학교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1년에 1~2회씩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3년간 게재해야 한다.


대학은 학과별 교육과정 편성, 대입전형계획, 입학현황,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연구비 지원현황, 장학금 현황, 국내외 학술지 게재 논문 수 등 총 62가지 항목을 공시해야 한다.


국·공립대는 기성회계 예결산 현황 등 58가지를, 사립대는 적립금 현황 등 52가지 정보가 공개 대상이다. 다만, 공군항공과학고와 육·해·공군사관학교, 국방대, 국군간호사관학교, 경찰대, 육군3사관학교, 국가정보대학원은 국방·치안 등의 이유로 정보공시 대상 기관에서 제외했다.


공시항목에 따라 정보공시 횟수와 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정보는 수시2학기 모집이 시작되는 9월에 일괄적으로 공시한다. 등록금 현황은 5월과 11월에,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은 2월 8월에 각각 공개해야 한다. 이 밖에 법인 임원현황이나 시정명령 등은 수시로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민감한 쟁점 가운데 하나인 공개범위는 학부(과)별 전공단위로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대학원은 일반·전문·특수대학원 등 종류별로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대학간 비교·판단을 위해 공시정보를 표준화하고, 대학정보 통합공시시스템을 구축해 수요자에게 ‘원스톱 토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교육시장 원리에 의해 대학 구조개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학 서열화를 촉진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화하고 지방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영길 건양대 기획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학의 설립목적 등을 도외시한 단순 비교는 오히려 교육수요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지방대학의 몰락은 지역 균형발전을 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과별 공개에 대해서도 정 처장은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수요자로 하여금 어떠한 정보가 나에게 진정 필요한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학과별 공개는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통지표만을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학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부회장은 “공시정보를 표준화할 경우 대학을 표준화된 틀에 맞춰 서열화하고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며 “고등교육기관은 독창성과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전문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정보도 그 특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것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박유희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사장은 “고등교육기관의 정보공시 내용이 수, 비율 위주로 지나치게 산술적인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전임교원의 연구성과에 관한 사항의 경우 논문수, 연구비 수혜실적 등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논문제목과 게재 학술지, 연구비 수주처를 밝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충실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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