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대선후보는 13일 대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분야 정책토론회에서 저마다 '교육대통령'임을 자임하며 교육정책공약을 놓고 공방전을 펼쳤다.

그러나 전날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신정아 사건, 후보단일화 문제 등 정치현안에 대한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던 것과는 달리, 이날 토론회는 교육정책이란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말 그대로 정책토론으로 진행됐다.

후보들은 이번 주말 첫 순회경선이 시작된다는 점을 의식한 듯 하나 같이 대통령이 되면 교육정책에 최우선순위에 두겠다며 막판 표심잡기에 나섰다.

◇"孫 한나라당 정책" 협공 = 이날도 손 후보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손 후보가 내놓은 교육공약이 한나라당의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게 공격 포인트였다.

한 후보는 손 후보의 대학 자율선발권 보장, 자립형 사립고 규제 완화정책 등이 한나라당 정책과 똑같다는 사실을 지적한 뒤 "이명박 손학규 이름만 가리면 너무 똑같아 신당의 당명과 맞은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손 후보의 정책은 뷔페에서 한식.일식.중식을 갖다놓는 게 아니라 한식만 갖다놓아 고객에게 결례를 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교육을 망친 3대 주범이 사설학원.전교조.교육행정이라고 했는 데 학원과 전교조를 없애겠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손 후보는 이에 대해 "대선 경쟁은 뷔페식당과 다르다. 대선은 당의장 선거가 아닌 국민을 보고하는 선거여서 국민이 뭘 선택할지를 놓고 공약을 내놔야 한다"며 "전교조는 선생님의 존엄성과 긍지를 좀 더 살려주는 방향으로 활동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고 사설학원도 긍정적 요소를 절대 부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정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좋은 교육을 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한나라당 정책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신당 정책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손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학교용지부담금을 7천200억원 가량 미납한 사실과 2천억원을 들여 지은 파주 영어마을이 관광마을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손 후보는 "학교용지부담금은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조정이 안된 부분으로 이 후보가 총리시절 해결했어야 할 사안이며 영어마을은 정식교육기관"이라고 반박했다.

◇'이해찬세대 공과' 논란 = 이 후보는 98~99년 교육부 장관 시절 실적에 대해 추궁을 받았다.
손 후보는 "교원정년을 3년 단축해 교육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며 '이해찬 세대'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 한 포털사이트의 글을 소개한 뒤 "학교의 정상적 교육이 안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가 이전 토론회에서 손 후보가 복지부장관 시절 저출산, 국민연금 문제에 소홀했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어보였다.

정 후보는 "이 후보가 BK21 제도를 도입했지만 목표했던 연구중심대학, 이공계 위기가 해결됐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BK21 때문에 세계 200위권 대학이 3개 생겼고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아르바이트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며 '이해찬 세대' 비판에 대해서도 "이 때문에 창의력과 표현력, 논리력을 갖춘 학생을 키울 수 있었다. 저는 아주 성공자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겉도는 불모지 표심잡기 = 이날 토론회에서도 범여권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구표심을 잡기 위해 지역현안 관련 문답 순서가 마련됐지만 깊이있는 대답은 이뤄지지 못했다.

손 후보는 "2011년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전적으로 지원하고 대구 육상선수권 지원법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정 후보는 "대구 경북 46개 대학을 지역 연구개발 거점으로 만들고, 대학별로 특정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역 전략산업의 일환인 '경북발전 2020' 계획에 대해 자신이 경북지역에 공공기관을 유치한 성과를 설명한 뒤 "대통령이 되면 좀 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김천 혁신도시 재원마련 대책에 대해 "혁신도시 사업은 국토 균형발전 계획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다소 동떨어진 대답을 했고 유 후보는 대구-경북 경제통합에 대한 질문에 "경북지역 생산 거점의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을 유치하는 한편 대구시는 비즈니스 지원산업으로 분업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분위기 안뜨는 토론회 = 현장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했다. 1천 명은 족히 들어갈 만한 행사장에 일반인 방청석을 300여석 마련했지만 상당수는 토론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비워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나마 방청객들이 토론회 동안 박수를 친 것은 마무리 발언 때 잠깐 뿐이었다.

행사장 앞쪽에 마련된 VIP석 50석에서는 후보자들의 토론 모습을 편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일반인 방청객을 위한 대형 화면 앞에 방송 카메라맨이 배치돼 화면을 가리는 등 준비와 진행상의 미숙함도 노출됐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