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 가능성 없다"
거점대학 부상위한 '몸집 부풀리기' 시도
대학간 이해 차이·기득권층 반발 등 걸림돌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대학가에도 기업처럼 인근지역 대학끼리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학들은 모두 지방 국·공립대로 합병을 통해 대형대학으 로 부상, 거점대학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재정압박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합병 대상대학들 간의 이해가 엇갈려 아직은 탐색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실정이어서 선택의 길이 없는 대학들이 내년 새학기 전에 '합병 러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2면)

경남 진주에 소재하고 있는 경상대의 경우 창원대에 합병하기를 제의하고 있으나 창원대 동문 등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상대 교수회(회장 김용석 교수)가 전체 교수들을 상대로 실시한 창원대와의 합병 찬·반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인 97.2%의 교수들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 라 경상대는 창원대에 합병을 제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경상대 장봉규 기획부실장은 "창원대 일부 교수들도 우리 대학과의 합병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창원대 당국이 이에 미온적인 입장이라 합병을 위한 구체적인 실무 추진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대 당국은 학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합병 여론을 무마시키는 등 합병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학 교수회장 김정계 교수는 "올해 초에 일부 교수가 경상대와의 통합을 제의했다가 지역사회 인사와 동문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며 "경상대와는 지리적으로도 거리가 멀 기 때문에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릉대는 현재 강원도 강릉권역의 거점대학으로 자리를 굳히기 위한 방안으로 인근 삼 척산업대에 합병을 제의해 놓은 상태다.

이에따라 삼척산업대는 지난달말「구조조정준비위원회」(회장 차장섭 교수)를 구성, 강릉 대와의 합병을 연구·검토하고 있으나 합병 성사여부는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삼척산업대의 한 관계자는 "합병을 통한 반사이익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학내에 만연해 있다"며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토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수대와 순천대의 경우 교육부가 이들 대학의 합병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나 정 작 당사자들은 합병에 대해 부정적이다.

여수대, 순천대 관계자들은 현재 양 대학이 각 지역사회 여건에 따라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합병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며 교육부가 합병을 강행하는 무 리수를 두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척산업대, 창원대 등 군소 국·공립대가 이렇듯 합병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강릉대, 경상대 등 선발 국립대와의 합병이 자칫 흡수통합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권선주 창원대 교수(경제학)는 "국내 경제 여건상 국·공립대에 대한 국가의 인적·물적 지원은 축소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방 국·공립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합병 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 원로교수, 교직원 및 지역사회 기득권층이 크게 반대하 는 상황이라 합병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따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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