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로스쿨 유치를 준비하는 대학들에 가보면 반드시 놓여 있는 책자가 하나 있다. 2006년 6월 교육부가 재원을 대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이 6명의 법대교수들에 의뢰해 만든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 분야 설치인가 심사 기준 연구'이다. 대학들은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책자에 전적으로 의지, 로스쿨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유치에 사활을 건 대학들은 이 책자에서 제시하는 기준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 모든 재정과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교육부는 10월 인가심사 기준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로스쿨 기준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가 탈락 대학들 뿐 아니라 유치 대학들에까지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법학 관련 장서 '4만권' 확보 = 심사 기준안의 '법학관련 도서 확보 정도' 항목에 따르면, 4만권 이상의 장서를 확보해야만 '상' 등급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 대학들이 보유하고 있는 법학 관련 도서는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임을 감안할 때, 최소 2만권 이상의 도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도서 확보를 위해 대부분 대학 도서관 사서들은 '법'이란 단어만 들어가는 모든 책을 구입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들리고 있다. 법 관련 출판사와 해외 도서 수입업자만 신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만의 하나 로스쿨 유치에 실패한 대학들이 떠안을 재정부담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로스쿨은 '귀족학교' = 교수 1인당 12명 이하 학생수, 로스쿨 전용 건물, 수천만원에 달하는 학비. 로스쿨을 대학의 '귀족학교'로 부르는 이유다. 물론 법조인 양성을 위해 이 정도의 투자와 엄격한 기준은 필요하다. 로스쿨의 기준이 모범이 돼 재단이나 학교, 정부의 투자확대로 이어져 교육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투자가 고스란히 학생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고, 학비를 낼 수 없는 '돈 없는' 사람들에게 법조인 진입장벽은 더욱 높게 다가올 수 있다. 비싼 등록금에 대한 대책으로 대학들은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으로 우수 신입생을 모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0∼30%의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대학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에 있다. 로스쿨은 프로패셔널스쿨, 즉 직업학교의 측면이 강하다. 자신의 커리어 개발이나 안정된 직업을 찾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굳이 장학금까지 줘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로스쿨 최대 수혜자는 '교육부' = 현재 사법시험은 법무부가, 사법연수원은 대법원이 관할하고 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이 모든 권한이 교육부로 고스란히 넘어간다. 로스쿨이 대학으로 들어오면서 법조인 양성의 전권을 교육부가 가지게 된다. 그동안 각종 행·재정 제재를 통해 대학을 쥐락펴락해온 교육부 입장에서는 또 한 자루의 '강철검'을 얻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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