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협성대 총장은 1982년 등단한 시인이다. 최 총장이 현대시학에 발표한 ‘믿음에 대하여’라는 시의 첫 구절은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로 시작된다.

“믿는다는 게 힘든 거죠. 저는 죽어라고 믿었는데 전부 배신하고 뒷통수 치고 그러잖아요. 그러다보니 피 흘리게 됩니다. 그래도 전 믿기로 했습니다.”

시인 총장답게 그와의 인터뷰는 시적으로 시작됐다. 대학 경쟁력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CEO 스타일의 요즘 대학 총장들에 비춰 볼 때, 최 총장은 ‘시인, 여성’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보수적인 종교재단(감리교)의 협성대에서 목사가 아닌 교수 출신의 총장이 나온 건 개교 30년 만에 처음이다.

“총장 될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문학사에 남는 시, 시인으로 성공하길 원했죠. 하지만 총장이 됐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시인이 총장하면 권위의식 같은 이상한 것들 다 없애고 정말 순수하게 대학을 운영하겠구나 하는 사람들 믿음에 보답해야죠.”

최근 하버드대 첫 여성 총장으로 임명된 파우스트 총장이 대학본연의 임무는 ‘학문탐구와 인격교육’이라고 강조한 부분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취임 4개월을 맞은 최문자 총장을 만나, ‘시인이 이끄는 대학경영’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최 총장과의 일문일답.

- 요즘 대학총장들은 기업 경영자처럼 적극적이고 전투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발전기금이나 대학발전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협성대는 신학과가 강점을 보이는 대학입니다. 전국에 2,900여개 교회의 담임목사가 협성대 출신이죠. 이들 교회를 찾아다니면서 학교 발전에 도움을 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교회에 계시는 분들에겐 건물도 하나 지어달라고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 신학과 외에 협성대가 강점을 가지는 분야는 무엇인지요.

“지난 수시모집에서 우리 대학은 수도권 대학 중 최고인 16.8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습니다. 가구디자인학과와 사회복지학과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취업률도 상승 추세죠. 인성교육도 우리 대학만의 장점입니다. 우리 대학에는 담배꽁초가 하나도 없습니다. 기독교 정신이 바탕이 된 학교이기 때문에 특별한 교육을 하지 않아도 이런 부분들이 잘 지켜지고 있죠. 다만 이곳에 오는 학생들에게 자부심과 자존심을 얼마나 심어줄 수 있느냐가 총장으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겠죠.”

- 고민이 있다면 해결책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학교발전이겠죠. 우리 학교는 '웅비 2011'이라는 발전계획을 세웠습니다. 등록금 의존에서 벗어난 대학재정의 현실화가 급선무입니다. 민자 유치를 통해 웨딩홀, 게스트룸, 학생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대형도서관 등이 들어서는 복합건물 건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 중 2개 층 정도를 화성시에 사용하도록 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것입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을 만들어 화성 시민 누구나 대학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 많은 자금이 필요하겠는데요.

“100억 원 발전기금 확보를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부자에 대한 예우도 각별히 신경 쓸 것입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새로운 수익사업도 벌일 수 있죠. 우선 학교 앞에 들어서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10만 세대 주민을 겨냥한 대학교회를 짓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교회에 유아원을 만들어 인근 주민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대학과 연계한 청소년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원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대학교회에 자녀들을 맡기고, 주부들이 자기계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수익사업을 통해 대학재정이 확보되면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을 대폭 늘릴 것입니다. 1차적으로 신학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액 지원하고, 다른 단과대학으로 지원폭을 확대하겠습니다.”

- 보수적인 종교재단에서 여성이 총장으로 선출된 건 이례적인데요.

“여자가 신학대학 총장이 된 건 교단에서도 특이한 일이죠. 더구나 목사도 아닌 교수 출신이 총장이 됐으니 말입니다. 교수 출신으로는 제가 처음으로 총장이 됐죠. 교수 사회에는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지만 그만큼 책임이 무겁습니다. 잘 해야 겠죠.”

- 대학경영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요.

“현재 학교부지가 너무 부족합니다.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숙사가 필요한 데 기존 기숙사(300명 수용)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학교 앞 녹지문제가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다가가며)저기 보이는 부지의 300평 정도가 우리 대학 소유입니다. 이 땅을 빙 둘러싼 곳이 산림청 소유로 돼 있죠. 산림청에 애원도 해보고 구입의사도 밝혔지만, 안 된다고만 합니다. 국가에 손해를 입히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난감합니다. 이 부지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캠퍼스에 숨통이 트일 것 같은 데 말이죠.”

-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지요.

“일관성이 없다는 것에 큰 회의가 듭니다. 교육지표가 너무 자주 바뀝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교육 가치관마저 흔들립니다. 규제가 많고 자율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학생선발권은 대학에 전권을 넘겨야 합니다. 결국 대학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국가에 의존하는 대학의 형태는 국제화시대에 어울리지 않죠. 정부의 예산지원은 현재와 달리 총장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정비가 필요합니다. 종교 관련 사립학교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규제도 일소돼야 합니다.”

-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됐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어떤 교육철학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까요.

“너무 큰 주제인데요. 대학의 자율성과 교육의 일관성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교육은 내일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아닙니다. 정책이나 방법에 있어서는 빠른 걸음을 움직여야 겠지만 교육의 가치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유지해야죠.”

- 임기 4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 협성대 나온 모든 학생들에게 하나님을 만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종교는 고난을 헤쳐나가는 큰 힘이 됩니다. 총장 임기를 마치고 나서 하나님의 칭찬을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신학과 박사과정 개설도 임기 중 이루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서 계속 말씀드렸지만 대학재정을 풍족하게 하는 겁니다. 20년 동안 협성대에 있으면서 보직교수를 할 때마다 가장 힘들었던 때가 학생들과 등록금 협상할 때였습니다. 학생과 교수가 왜 돈 문제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지 엄청난 회의감이 들었죠. 등록금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학재정을 만들어야죠. 그리고 협성대가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동량'을 키워내는 곳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작지만 강한 대학, ‘小强대학’이 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최문자 총장은 1941년 서울 출생으로 대전사범 본과를 졸업(1962년)하고 연세대에서 교육학석사(1987년), 성신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1996년)를 받았다. 교육대학원장(2002년), 사회과학대학원장 · 조형대학원장 ·  음악대학원장(2004년), 음악조형대학원장(2006년)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6월 제6대 협성대 총장에 임명됐다.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예선통과를 시작으로 1982년 현대문학지(誌) 시 3회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2002년 시집 ‘나무 고아원’으로 한성기 문학상을 수상했고 푸른기장증 수여, 문교부장관상, 경기교육대상, 교육감상 등 수차례 수상경력이 있다.

 

시집 ‘귀안에 슬픈말 있네(89년. 문학세계사)’를 비롯 20여권의 시집과 편저를 집필했고 소월 윤동주 등에 대한 시, 문학적 연구관련 논문도 10여편 발표하는 등 각종 문학지에 30여편의 평론과 칼럼을 발표했다. 

<대담 본지 이인원 회장 ·사진 한명섭 기자 ·정리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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