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혁프로그램 방영을 두고 KBS는 내부적으로 커다란 진통을 겪었다. 물론 갖은 우여곡절 끝에 방영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제4 권부라고 할 수 있는 언론에 대한 개혁을 공론화 하는 작업이 쉽지 않음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언론이 공익적 기능보다는 자본과 권력의 이해를 편들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언론계는 외부의 비판으로부터 성역의 지위를 확고하게 유지해왔다. 사회의 감시와 비판을 수행하는 성스러운 책무를 수행한다는 이름 아래 언론은 비판을 모르는 강력한 권력으로 자리잡아온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권력과 자본과 유착하고 어느새 위 언론은 기득권층의 이해를 그대로 수용하는 대변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언론의 진단을 받으며 때로는 아픈 주사도 맞고 쓴 약도 먹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미증유의 위기와 혼란도 따지고 보면 언론이 비판과 견제기능을 소홀히 한 채 기득권층과 결탁하여 현상유지에 몰두했던 과거의 행태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다.

IMF 구제금융 이후 우리 사회는 총체적 부실을 치유하기 위해 전반적인 개혁에 나서고 있고 언론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이미 몇몇 재벌 소유의 언론들은 모기업으로부터 독립한 후 자립을 모색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자본에 의한 통제를 받지 않게 된 것이다. 관영매체이긴하지만 진보적 언론인들이 언론계의 중심부에 진입함으로써 언론개혁의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언론개혁운동을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언론은 권력, 자본의 영향력을 벗어나 '제3의 영역'에서 국가와 사회의 운영 전반을 비판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언론이다. 정치권의 파행으로 인해 국민들이 위임한 국가 중요 정책 결정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특히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의 마지막 보루로서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 개혁의 목표는 언론이 위기를 조기에 경보하고 극복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언론이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위기의 극복은커녕 조기경보도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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