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교육부총리는 26일 국회 교육위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당초 1500명에서 2000명으로 수정해 보고하면서 “지난 17일 보고 후 대학 및 시민단체, 교육위 여러 의원들이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을 놓고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을 이간질하는 분열책 등 정치적 흥정만 난무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로스쿨 총 입학정원 확대는 ‘국민 대 법조계의 대결’인데 교육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대학과 교육부의 대리전’이 되어 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부총리는 이날 로스쿨 총정원을 다시 보고하면서도 산출근거와 법조인력 수급현황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17일 1차 보고 때 이미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가 산출 근거로 제시한 통계 수치는 이미 ‘오류투성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OECD 통계는 변호사만을 대상으로 한 데 비해 교육부는 판사와 검사까지 집어넣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이창수 로스쿨 비대위 공동상임집행위원장은 “총정원을 미리 정해 두고 나머지를 끼워 맞추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1500명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2000명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라며 따졌고, 대통합민주신당 안민석 의원은 “국민들 보기에는 '숫자놀음'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교육부의 ‘2000명’은 청와대의 정치적 흥정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23일 오전만 해도 사립대총장협의회는 물론 국·공립대 총장들까지 “총정원은 3200명 이상 되어야 하며 이런 의견이 26일 국회 보고에서 반영 안 되면 강력한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저녁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지방 15개 국·사립대 총장들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총정원을 2000명 이상으로 하되 △9개 광대권역별 분산배치 △비수도권 대 수도권의 총정원 배정 비율 6대 4 원칙 등이 지켜져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정용상 로스쿨 비대위 공동상임집행위원장은 “1500명이나 2000명이나 늘어나는 법조인 수는 극소수에 불과한데도 청와대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사립대 법대 교수 역시 “정부가 저렇게 이간책으로 나오면 사실 방법이 없다. 그만큼 우리 대학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은 법학교육위원회 구성 때부터 제기됐다. 변호사의 경우 법에 따라 대한변협이 추천한 2명이 들어가 반면 법학교수 4명은 한국법학교수회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나 대법원을 포함해 13명 중 사실상 12명이 옛 사개위나 사개추위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나 행·재정 제재 현황, 사회적 책임 등을 인가기준에 넣는다는 등의,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논란들이 끊임없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건국대 교수)은 “일본도 법조 이기주의 때문에 사법개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지만 문부성장관은 극렬하게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며 “법학교육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교육부장관이 그 정도 역할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 소장은 “힘의 논리로 생각한다면 교육부장관이 있을 필요가 없다”며 “법조계 위주로 꾸려졌던 사개위나 사개추위와 달리 지금은 교육부(장관)가 주관하는데도 전혀 자기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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