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총 정원 논란이 '2000명'으로 마무리돼 가고 있다. 대학들은 겉으론 '3000명' 이상을 주장하면서도 물밑에선 신청서 작성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내달 30일까지 신청서를 접수 받아 서면심사와 현지조사를 거쳐 예비인가 대학과 최종인가 대학을 선정하는 일이다.

로스쿨 논의의 핵심이랄 수 있는 '총정원' 문제가 마무리 됐으니, 향후 로스쿨 도입 일정은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지금까지의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로스쿨 설치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대학은 25개교 안팎으로, 현재 로스쿨을 준비하는 47개 대학 중 절반 정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많게는 수백억원, 적게는 수십억원을 투입해 로스쿨을 준비하고도 떨어진 대학들이 과연 순순히 물러설 것인가에 있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으려면 심사가 객관적으로 진행되고 떨어진 대학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서면심사와 현지조사의 객관성 확보 여부가 향후 논란을 잠재우는 관건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대학가에선 예비인가 대학 발표 후, 탈락한 대학들의 행정소송이 줄이어 제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가 심사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졸속으로 진행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법과대학장은 "정부가 내년 1월 예비인가 대학 발표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는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월 말까지 신청서를 접수받고, 예비인가 대학을 발표하기까지의 기간은 약 2개월. 실제로 이 기간 동안 47개 대학을 심사하기는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 세부적인 심사항목은 무려 132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무리한 일정을 통해서라도 1월말에 예비인가 대학을 선정하려 할까?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쿨 도입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 하고 있고, 그렇다면 차기정권의 인수위원회가 오기 전에 예비인가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예비인가 대학을 발표하는 시점은, 교육부가 지난 9월 로스쿨 법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밝힌 "내년 2월께 예비인가 대학 선정"에서 어느 순간 "1월 말"로 앞당겨 졌다. 차기 정부를 의식해 자꾸만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는 우려를 살 만 대목이다.

로스쿨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로스쿨 심사기준이 발표된 직후 "법학교육위원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따라 인가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며 "(정부가) 무리한 일정에 꿰맞추기 위해서 밀어붙이기식 추진을 하지 말고 차기 정권에 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의 한 법과대학 교수도 "로스쿨과 관련한 행정소송이 줄이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로스쿨 예비인가 후 평가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행정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법조인 배출 시스템을 뿌리 채 바꾸는 로스쿨 제도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바로잡기 어렵다. 정부가 정치논리에 따라 로스쿨을 졸속 추진해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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