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국제화는 요원한가. 교육시장 전면개방 등으로 대학의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은 여전히 '명목뿐인 국제화'에 주력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이 국제화를 학술연구능력 강화에 보다는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 고 있기 때문. 실제 서울 H대학의 경우 70여개 해외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밝혔지만 학생을 서로 파견·초청하는 대학은 15개 대학에 불과하며 지방 C국립대학도 8개국 15개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한 상태이지만 교류가 이뤄지는 대학은 1개뿐인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대학별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자매결연대학의 인터넷 주소도 게시하지 않고 있는실정이다.

지난 1월 교육부에서 '국가전략으로서의 고등교육과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이라 는 주제로 강연을 했던 미국 벤처기업가 이종문 박사는 한국에서는 대학의 국제화가 △해외 유수의 대학과의 공동연구프로젝트 숫자나 △다른 나라 유학생들을 데려다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킬 수 있는가 등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자매대학의 숫자에 따라 등급이매겨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들의 이런 국제학술교류수준은 아시아권 싱가포르 보다 훨씬 떨어진다. 싱가포르국립대(The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와 난양공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는 지난 1월부터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와 교육과 연구에 관한 협정(Singapore-MIT Alliance)을 체결했다.
이 국제학술교류협 정으로 싱가포르에서 MIT의 강의내용을 당일 오후 늦게 또는 다음날 오전 중에 동화상으 로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협정은 △첨단소재 △제조공정기술 △컴퓨터 공학 △화학공학 등 5개 분야에서 공동연구, 학점교환 등의 형태로 운영되며 싱가포르 대학생이 MIT에서 2주간집중 통합교육 및 현장실습을 받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국내 대학의 경우 SMA와 같은 형태의 국제학술교류는 이제 걸음마 단계. 서강대가 독일 뮌헨공대와 공동대학원 설립을 추진하다 자금조달문제와 대학내 이견으로 사업이 답보 상태이며 관동대가 해외협력대학과 '교과과정 공동운영'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정도이다. 또 교육부가 '두뇌한국(Brain Korea) 21 사업'시행 공고안에서 과학기술, 인문사회, 특화분야에서 외국인 교수 초빙을 적극 권장한다고 밝힌 것이 가장 최근 움직임.

한국 대학의 국제학술교류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또 외국인 유학생 출입국제도. 세계 화와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국내 인재의 해외 파견 뿐만 아니라 외국 대학생의 초청도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의 출입국제도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확대라는 정부정책에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대학의 입학허가 △재외공관의 유학입국사증 발급 △외국인 등록 순으로 이뤄지는 현행 외국인 유학생 입국제도 중 가장 큰 장애요소는 법무부의 입국사증 발급 요구. 해외 유학생 이 이 증명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예금이 미화 1만달러이상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예금잔고증명서와 국내 거주자의 신원보증서 등이 필요한데 이 조항은 국내 연고가 없는 외국인들에게 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다.

이에 대해 부산대 기획연구실 이재만 계장은 "국내 인재만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 는 시대는 지났다"며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우수 인력들을 일본의 AIEJ, 문부성 장학생, 미국의 풀브라이트재단 처럼 정부차원에서 지 원해서 국내로 끌어 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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