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의 편입학 청탁 관련 돈거래 의혹으로 물러난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이 사임 인사에서 사과나 해명보다는 자신의 '치적자랑'에 더 몰두해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연세대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1일 대학 구성원들에게 '존경하는 연세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교수님, 교직원, 학생, 학부모, 동문, 재단을 비롯한 연세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리고 학교의 명예를 손상시킨 데 대해 충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이 문장 하나만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마치고 이메일의 나머지 내용을 모두 자신의 재임시 치적으로 채워 넣었다.

정 전 총장은 "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기쁜 일이 참 많이 있었다"며 ▲ 2단계 BK21 사업에서 향후 7년 동안 1천787억2천만원을 지원받게 된 일 ▲ SCI 논문 수 기준 세계 106대 대학(2006년 기준)이 된 일 ▲ 2006년 교외 연구비 2억원 돌파 ▲ 학교 전체 운영예산 미국 유명 대학 수준인 2조원 돌파 등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그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새 세브란스병원 봉헌의 감격, 2천병상 이상으로는 세계 최초로 우리 병원이 JCI인증을 받은 일 등은 모두 역대 총장과 교직원, 재단의 희생과 헌신과 열정의 산물"이라며 "저는 위대한 창립자들과 선현들의 업적 위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연세비전 2020' 계획을 통한 각종 대학 개혁 방안들과 연세송도국제화복합단지 조성 등 자신의 총장 재임 중 추진된 각종 사업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메일에 열거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김오수 부장검사)는 전날 정 전 총장 부부가 살고 있는 연세대 총장 공관을 압수수색, 총장 부인 최윤희씨에 대한 편입학 청탁의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물품이 있는지 정밀 분석중이다.

검찰은 주말인 3일과 일요일인 4일 수사팀 전원이 휴식을 취한 뒤 5일 출근해 그 동안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거쳐 최씨의 소환 시기와 정 전 총장에 대한 소환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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