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는 교수들의 논문 표절 시비가 가끔 일어나고 있다. 이런 +표절은 두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교수가 다른 교수의 논문을 표절하는 +경우고 또 하나는 교수가 자기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는 경우다.

표절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될 수 없는 파렴치 행위지만 그 중에서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는 경우일 것이다.

최근에도 모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서 물의를 빚은 일이 서울에서 일어났고 또다른 모교수가 다른 교수의 논문을 표절한 사건이 지방에서도 일어났다.

그런데 후자는 창피한 노릇이지만 교수가 자기보다 못한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는 사건이 발생하니 이유는 무엇일까?

지적 재산의 표절은 자기가 못하는 것을 남이 해내니까 그것을 훔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니까 스승이 제자의 논문을 훔친다는 것은 도덕성을 따지기 전에 기이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대학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표절행위의 유형은 스승이 제자의 것을 훔치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교수들의 연구를 거의 복사하다시피 해서 리포트를 내는 경우도 많지만 대학교수가 저지르는 표절 유형의 절대 다수는 제자의 것을훔치는 것이라고 보는 쪽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오랜 역사적 전통으로 굳어지다시피 된 것으로 알려진 특정대학 특정학과의 경우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물론 그것은 일부 교수의 파렴치함이 1차적 원인이지만 그런 행위를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수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교수는 자기가 지도교수로 있는 대학원생의 리포트를 늘 받아보게 된다. 그 중에는 우수한 논문들이 있다. 교수가 제자의 것을 노골적으로 훔치는 +행위는 여기서 생긴다. 그것을 지도교수가 자기 것으로 발표해도 학생은 감히 항변을 하지 못한다. 항변하면 틀림없이 밉게 보일 것이고 따라서 온갖 불이익이 따르는 곳이 한국의 대학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교수는 제자들 몇몇을 연구원으로 삼고 학술재단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으며 제자들에게 일감을 맡긴다. 제자들은 자기 실력을 그렇게 인정해주는 것만도 고마워한다. 연구비 일부도 받는다. 그 +후 완성된 논문은 교수 이름으로 발표된다. 물론 교수는 제자들을 지휘감독해 나가겠지만 그 정도 여하에 따라서 그 논문은 99% 제자들의 논문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엄격히 따져서 그것이 만일 99% 제자들의머리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것도 표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뒷소문에 의하면 적지 않은 교수논문이 이런 +형태로 생산되고 있다. 그러니까 서점가의 일부 유명 교수의 저서도 이처럼 제자들이 거의 수고해 준 경우가 있다는 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도덕적 문제도 크지만 결국 우리나라 학술연구의 평균 수준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수가 아닌 대학원생들의 수준이 우리나라의 학술수준을 대표할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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