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낙후한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이 최우선 +과제로 손꼽힌다. 대학의 기능인 연구, 교육, 사회봉사라는 대명제 앞에 +떳떳이 나설 수 없는 것이 한국의 대학들이다. 각 대학들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투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이 떳떳치 못한 점을 자인하기 때문이다. 급변하고 있는 주위 환경 속에 개혁의 조타를 잡고 있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현승일 국민대 총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대학운영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대학간 상호협조를 통한 공감대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각 대학의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대교협의 입장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제도개혁과 교육, 연구풍토 조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기업과 달라 마구잡이로 인원을 감축하거나 근무연한을 단축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이 설립되면서 확보한 50-70%의 교수는 처음부터 모자라는 +비율입니다. 우수한 교수를 증원하지 않으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각 대학들이 계속 교수를 모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불러온 국가위기의 책임은 대학에도 있다고봅니다. 대학은 전보다 더 많이 연구하고 열심히 가르쳐야 합니다. 대교협은 이런 문제를 대학 구성원 개개인에 맡길 게 아니라 제도화하자고의견을 모으고 업적평가제를 도입 실시하고 있습니다. 각 대학은 구성원의 업적에 따라 승진, 호봉 등을 차별적으로 대우키로 한 것입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이자 대교협의 정책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 구조조정을 중간평가한다면.

"교육기관은 인간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교수가 연구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대학의 특성상 단시일내에 이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의 대학 개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점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혁의 속도와 내용이 과연 교육현장과 일치하여 진행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현장의 자율적인 재량을 인정해 주는 쪽이 바람직합니다. 획일적인 잣대로 속도와 내용을 평가하는 L40 방법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 대학 개혁의 장애요인은.

"대학에 대한 불필요한 법적, 제도적 제약과 통제와 간섭은 배제되어야 +합니다. 행정규제도 완화하는 추세인데 대학의 잠재력을 규제한다면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에서는 운영의 민주적 절차를 존중함으로써 효율성을 기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L46 유도, 자치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 대학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성급한 정책입안이나 무리한 경쟁은 역효과를 초래합니다. 대학 교육은 장기간의 투자와 제도의 개선, 그리고 대학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비로소 가능해 집니다"

-. 대교협이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교육발전으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고 있습니다. 상호간 대학경영의 정보와 아이디어 등을 +교환하면 깨닫는 것이 많습니다. 교육수행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의 해결책을 함께 강구하기도 하고 정부정책들 중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현실성이 없으면 수정토록 건의하기도 합니다"

-. 한국의 대학들이 21세기의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수는 세계 제일을 자랑합니다. 이것은 결코 자랑이 아닙니다. 과도교육 현상은 교육 인플레 현상을 빚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생수요 감소에 따른 대학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상실한 대학들의 정리가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쟁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학이 갖고 있는 모든 잠재력을 동원,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아야 합니다. 지금 중고등학생들의 과다한 입시준비와 과외 등 사교육비 문제로 공부를 덜 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교육정책이 크게 우려됩니다. 과다한 입시준비와 사교육비는 그 문제 자체로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중고등학생들은 +공부를 더 해야 합니다.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대학에 입학해야 질 높은 +교육이 실현될 것입니다. 외국의 학생들은 우리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합니다. 가까운 예로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중국을 모든 학문분야에서 이길 수 있는 분야는 거의 없습니다. 옛날 우리끼리 살 때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세계가 한마당인 지금은 교육의 질이 저하되면 국가 경쟁력도 잃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세계화는 구호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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