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원 교수(강원대 사학)

교육부가 최근 입법예고 한 교수계약제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한마디로 이는 교수의 연구를 진작시키기보다는 학문의 자유를억압, 대학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교수계약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현행 교수 재임용제도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교수재임용제는 무능교수를 도태시키기 위함이라는 그 도입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연구와 교육 등에서 유능한 교수를 탈락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겉으로는 교수의 품위를 지키기 않았느니 학교명예를 실추시켰느니 하고 이유를 달지만 사실은 재단 등 임면권자의 비리와 부정을 지적하거나 비판적 학문활동을 하는 교수들을 제거하기 위함인 것이다.

이같은 재임용제도의 폐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그 운영상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법규상의 문제점에 있다.

첫째로 재임용제가 사법부에 의해 임기제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교수재임용제는 교수의 연임을 보장, 자동적으로 임기가 계속되도록 돼 +있는 것이 아니며 임면권자가 당연히 재임용해야만 하는 연임보장규정도 아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년을 보장하고 있는데도 유독 교수들의 경우만 그 임용이 임기제로 제한돼 있다. 임기제란 임기가 만료되면 자동으로 물러나는 것이기에 적법한 +심사절차나 공식적인 심사기준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교수직이 임기제인 나라는 우리 나라 뿐이다.

둘재로 교육부는 재임용 등 교수인사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하도록 하는 '대학교원인사관리지침'을 '교육법전' 상에 명문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덕성여대에서 재임용 탈락한 한상권 교수가 지난해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학교법인이 한 교수를 재임용하도록 하는 행정상의조처를 취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보내온 바 있다. '학교법인이 재임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그 요건과 절차에 위배됐다 하더라도 논의의 실익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란다. 이처럼 교수의 활동이 임기제로 해석되는 점과 재임용에 탈락한 경우 법적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완전 차단돼 있다는 점이 바로 현행 제도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교수계약제는 어떨까.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교원임용재심위원회'를 둔다고 하지만 그것을 대학 밖이 아닌, 대학 안에 설치한다면 현존하는 '교원징계재심위원회'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법원에 제소할 길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점은 여전하다.

교수계약제는 재임용제보다 더 악용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임기만료는 자동 해임'이라는 임면권자의 으름장에 교수의 신분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근무기간은 더욱 짧아져 '6개월짜리' 교수도 생길 것이며, 경제난을 빌미로 급여는 더욱 줄어들어 '월 +1백만원짜리' 교수도 생길 것이라 상상하는 것은 단지 기우일까. 지금도 겸임교수라는 제도가 악용되고 있지 않은가.

교수임용제도는 한 사회의 지적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며 학문발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교수의 신분 보장을 주장하는 이유는 교수의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다. 바로 학문발전을 위한 학문의 자유 때문이다.

이 점은 다른 나라의 제도를 보면 자명하다.

독일, 프랑스 등은 신규 임용의 자격 및 요건의 수준이 높고 까다로운 대신 정규교원을 기간제로 임용하거나 계약제로 임용하지 않으며, 당연히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운동선수부터 국가공무원까지 계약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도 교수직만은 정년보장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교수들의 연구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거듭 말하거니와 교수계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교수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필자는 정교수로서 정년보장을 받았지만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교수계약제는 국가공무원계약제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계약제가 정착되기 전에는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 입법예고중인 교수계약제는 정년 보장을 전제하지 않은 것이므로 교수의 신분을 위협, 비판능력을 거세하여 학문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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