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 각 대학들마다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구조조정을 +마친 대학도 있으나 아직도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대학도 많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고급 과학 인력 양성을 위한 +세계 수준의 대학원을 집중 육성하는 연구중심대학과 서열체제를 혁파한 학부 중심의 교육중심대학으로 개편해 나가는 방향이다.

이 같은 구도 아래 진행중인 대학의 구조조정은 사립대보다 국립대가 더 많은 장애요인을 안고 있다. 오랜 관료화의 병폐로 타율적이고 경직된 +사고에 젖어 급변하는 주위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체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국립대가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계기를 +맞게 된 것은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외면하고 팽창 위주로 몸을 불려 온 +자업자득의 결과다. 국민의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힘들이지 않고 성장해 온 국립대는 80년 초 도입되었던 졸업정원제를 경쟁력 강화에 적절히 운용하지 못한 채 88년 입학정원제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정원만 늘리게 되는 결과를 빚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해 온 국립대는 이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맞아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환경변화에 +맞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국립대의 주인인 정부는 뒤늦게나마 지난 8월 국립대학 조직개편 및 인력감축을 내용으로 한 1단계 구조조정안을 제시하고 2단계 안을 준비 중이다. 내년 새학기부터 시행되는 이 국립학교설치령을 제대로 이행만해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이 안이 실행될 경우 국립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무분별한 보직체계가 정비되고 교육과 연구에 투자되어야 할 재원의 많은 부분이 직원들의 경상적 인건비로 지출되는 방만한 운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1단계 구조조정안이 발표됐을 때 국공립대학들의 강력한 반발로 교육부가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국립대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책임행정경영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은 깨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사학고, 단과대학 및 대학원의 통폐합 등을 내용으로 한 +학사조직 개편. 교육부가 학문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학사조직 개편은 각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토록 위임했다. 과연 탈없이 잘 해 낼지 걱정이다. 지역적 특성과 대학별 개성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개설, 중복학과가 많은 취약점을 일시에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은 경남과 강원 소재 국립대들간에 빅딜 논의가 일고 있는 점을 봐도 잘 나타나고 있다. 어차피 현재의 구조체제로 경쟁력을 확보할수 없다면 기업처럼 빅딜로 활로를 찾자는 발상이다. 때맞춰 김종필 국무총리도 "국립대 간 빅딜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혀 빅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학사조직 개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사학과 등의 통폐합 문제 역시 간단치 않다. 구조조정을 먼저 시작한 사립대들이 학사조직 개편과정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국립대라고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폐합되는 해당 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국립대 중 전남대의 경우 이번 개혁바람과 관계없이 일찍 학사조직 개편을 성공적으로 추진, 귀감이 되고 있다. 전남대는 지난 92년부터 이름만 약간 다를 뿐 교육과정 등 그 내용이 크게다를 바 없는 학과들의 통폐합 작업에 들어가 95년에 8개 학과, 96년에 12개 학과의 통합을 완료했으며 4개 학부를 신설하여 학부제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안주해 온 국립대. 이제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퇴출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 여기서 국립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달리 없다. 오직 교육중심대학인지, 연구중심대학인지 노선을 확실히 하고 경쟁력 있는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하며 학사조직 개편 및 정원 감축으로 경영을 혁신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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