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를 접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국내 학계에서 '한국의 근대성'에 관한 부분적 논의는 활발했다. 멀게는 김용옥, 조동일 교수가 있고, 가깝게는 김영민 교수가 있다.

하지만 부분적 논의를 한 지리에 모으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 중앙대대학원이 건학 80주년 기념행사로 오는 27일 중앙대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진행하는 학술대회 '한국사회의 근대와 탈근대'는 총체적인 조망을 시도하는 첫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최측은 "현 시점에서 그간 논의된 한국사회에 관한 논의를 정리할 필요성 때문에 이 주제에 접근했다. 이를 계기로 전근대 근대 탈근대적 요소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되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사회학), 항공대 최봉영 교수(한국학, 목포대 최성욱 교수(교육학), 한일장신대 김영민 교수(철학) 등 소장학자가 각 부문의 주제 발표자로 참석한다,

제1주제 '한국사회운동에서의 근대성과 탈근대성'에 대해 발표할 김동춘 교수는 한국의 사회운동을 제3유형으로 분류한 다음 불완전한 근대와 탈근대적 과제를 안고 있는 90년대 사회운동의 특성을 분석한다. 이와 +함께 "지금 한국의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이 분석적으로 구분되고, 그 +구분이 유의미하다면 근대화의 과제를 가장 급진적으로 수행해야 할 단계에 있고, 자본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해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전통과 현대의 긴장관계에 관해 활발하게 연구해온 최봉영 교수는 제2주제'서구문화와 동아시아 문화의 성격에 관한 시론'의 발표자로 나서, 사물에 대한 인식이 문화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핀다. 먼저 인식의 주체인 인간이 대상인 사물을 상관성 아래서 이해하는 동아시아 문화의 '상관적 인식'과 주체와 대상을 분리해 이해하는 서구 문화의 '조작적 +인식'을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물을 인식할 때 서구 문화는 사물을 +'요소'에 의한 결합체로, 동아시아문화는 '속성'에 의한 통합체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힌다. 더 나아가 사물을 인식하는 합리적 관점에서도 서구 문화는 형식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반면 동아시아 문화는 실제적 합리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문화적 소통에 어려움이 초래했다며, 둘이 조화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합리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주제 '서구의 한계와 교육화의 새로운 동향'에는 최성욱 교수가 발표자로 나선다. 과거의 교육전통을 되살려 현재의 혼란된 가치관을 +정돈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최 교수는 먼저 공학을 중심으로 +한 서구 문명의 모순과 한계를 살핀다. 그리고 서구식 학교체제의 +부조리와 반교육성에 대해 비판한 다음 이에 관한 문제점으로 '자율화된 이론적 거점이 마련되지 못한 것'을 지적한다.

우리 학문의 식민성에 대해 줄기차게 비판해온 김영민 교수는 제4주제 '근대성 ·자생성 · 학문성'에 대해 발표한다. 소모라는 부제처럼 '근대성과 학문성', '학문성과 자생성'이라는 소주제를 통해 우리 학문 풍토를 서구 학문 풍토와 비교하고 우리 학문 풍토의 자생성 없음을 비판한다. 이와함께 심층근대성의 요구로 이어지는 우리 학문의 재생성의 +노력과 모색은 서구 철학이 아닌 한국 지형과 내력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