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출판부재 안고 있는 문제는 아주 오랫동안 지적돼 온 고질적인 것들이다. 20년 전에 지적되었던 이들 문제점은 고스란히 물려져 지금까지되풀이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건국대 출판부 주홍균 과장은 이 같은 악순환에 대해 "현실 따로 논의 따로"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대학출판부의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가 제거되지 않는 실정을 빗댄 것이다.
대학출판부의 현실을 보자. 지난 97년 우리 나라에서 발간된 신간도서(2만7천3백여종) 중 대학출판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5.1% (1만9천1백여종) . 20종이 넘는 곳은 10여개에 불과하고, 50%가량이 10종 이하의 신간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단 한권도 발간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주 과장이 지난 6월 석사논문로 제출한 「한국 대학출판의 구조를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66개 대학출판부 가운데 40.9%에 달하는출판부의 직원수가 고작 2명 이내에 머물고 있다. 기획, 편집, 제작, 영업으로 구성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도 구축되지 않은 '수공업시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편집일에 매달려 있다가도구매신청이 들어오면 책을 들고 서점으로 나가야 하는 이들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수장인 출판부장의 임기는 대개 2년(74.2%)이고, 46곳에서는 지난 10년간 출판부장직을 거쳐간 이가 4∼7명이나 되었다. 일에 익숙해질 때 즈음이면 신임부장이 들어오고, 2년후에 다시 보직이 교체되는 악순환을 거듭해온 셈이다. 발전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실정. 전문분야의 특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경영진의 운영 마인드가 잇는 대학경영진의운영 마인드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재정 또한 열악하다.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형태이든, 대학에서 운영하는 형태이든 비슷하게 열악하지만 독립운영 출판부가 더 심각하다. 대학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곳 가운데 대학에서 지원금을 받·는 곳은 극히 드물다, 서울대가 연간5천만원씩 지원 받는 정도. 독립 체제 형태의 한 대학출판부는 IMF와출판도매상의 부도의 타격으로,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손실을 메울만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그러니 반수 가량의 대학출판부 (48.4%)가 전체 출판물 판매수입의 60∼1백%를 교양교재 판매수입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탓에 점차 대학출판부내의 위기 의식도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개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다수 대학경영진이 대학출판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돼 있기 때문이다.
대학출판부가 총체적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은 출판부 내부보다대학경영진에 있디. 전문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타 행정부서와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대학출판부 10곳 중 8곳(86.4%)에는 출판위원회가 조직돼 있지만 제 역할을 수행해내는곳은 몇 대학에 불과하다.경영진의 형식적인 설치와 운영을 엿볼 수 잇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