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형', 90년대 '선배'이어 최근 '오빠' '누나'

70년대 화제작인 <바보들의 행진(하길종 감독)>에서, H대 불문학과 재학생인 영자는 그룹 미팅을 통해 만난 Y대 철학과에 재학중인 병태를  '형'으로 부른다. 90년대는 '선배'라는 호칭이 '형'을 대신한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 캠퍼스에서는 어떤 호칭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까.

사회 전반의 탈권위주의 바람이 확산되면서 대학내 선후배간 관계 역시 수평적, 평등적 관계로 바뀌면서 '오빠' 또는 '누나'라는 호칭이 종전 '형' 또는 '선배' 등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ㆍ인사포털 인크루트(060300) (www.incruit.com 대표 이광석)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www.embrain.com)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학번 2,134명을 대상으로 ‘대학생의 호칭과 선후배 관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시대별 호칭 변화는 물론 선후배 관계도 점차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바뀌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여대생이 남자 선배를 부를 때, 70년대(28.1%), 80년대(35.7%)에는 ‘형’이란 호칭이 가장 널리 사용됐지만 90년대엔 거의 사라지고, 대신 ‘선배’로 부르는 비율이 43.2%로 가장 높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응답자의 56.7%가 ‘오빠’를 꼽았다. 여대생이 남자선배를 부르는 가장 일반적인 호칭으로 자리잡았다.

남학생이 여자 선배를 부르는 호칭도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70년대(36.0%)와 80년대(38.9%) 학번들이 ‘선배’라고 불렀지만 90년대 이후는 ‘누나’라는 호칭이 일반화되었다. 특히 ‘누나’란 호칭을 사용하는 비율은 70년대 10%대에 머물다가 90년대 들어서는 57.8%로 급격히 늘었다. 2000년대에는 72.0%가 '누나'라고 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칭이 친근하게 바뀌면서 선후배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점차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뚜렷이 변화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

선후배 관계에서 완전한 수평적, 평등적 관계를 0점, 완전한 수직적, 권위적 관계를 10점으로 두고 해당 시대의 선후배 관계에 대해 점수를 매기게 한 결과, 70년대 7.3점이었던 것이, 80년대 7.2점, 90년대 6.5점 2000년대 5.9점으로 점차 하향추세를 나타냈다. 역시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폭(0.7점↓)으로 떨어져 대학문화 변화의 분기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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