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과 고통'을 먹고 자란 인권영화제. 해마다 검열에 맞서며 국내 인권 상황을 몸소 보여준 작지만 큰 인권영화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그리고 덩치는 더 불었다.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겸하면서 인권 관련 10개 단체가 모인 한국인권단체협의회가 주최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동국대 학술문화회관에서 개최되는『제3회 인권영화제』(조직위원장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야만을 넘어 +인권의 세계로'라는 부제에서도 엿보이듯, 영화를 매개로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고 인권을 가르치며 자유로운 문화생활 권리의 실현을 추구한다는 의의는 유효하다.

서준식 위원장은 "인권영화제는 영상물에 대한 정부 당국의 사전 검열을 처음으로 거부하는 전례를 만들었다"며 "김대통령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한데다 관련법도 개정중이어서 이전과 같은 당국의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의 '착한 마음'이 만들어낸 '착한 영화' 1백50여편 중 36편이 엄선돼 상영작 목록에 올랐다. 베를린 영화제, 뉴욕인권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과 4편의 한국영화가 포함돼 있다. 대다수가 +다큐멘터리물이지만 애니메이션과 극영화도 관람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5개의 주제 상영과 특별기획전으로 구성된다.

'폭압적 횡포와 맞선 인권의 수호자들'부문에선 평범한 두 시민이 다국적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날드사에 힘겹게 맞서는 과정과 승리를 기록한 페니 암스트롱, 켄 로치 감독의 『맥도날드 망신당하다』(미국)를 비롯, 총 4편이 상영된다.

전쟁의 집단적 광기와 그 희생자들을 담아낸 '전쟁'부문은 보스니아 내전을 통해 전쟁의 아픔과 부조리를 보여주는 빈코 브레산 감독의 블랙코미디 『전쟁이 일어난 까닭은?』, 마르셀오필스 감독의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대작 『슬픔과 동정』(프랑스), 주목받는 장편 애니매이션 예고편 『폭격편대 』(미국)등 5편이 소개된다.

소수 인권에 관심을 기울인 '인권의 음지'부문은 홈리스 여성의 상처와 공포를 그린 엘리 리 감독의 애니메이션 『끝없는 강제』(미국), 정신지체 예술가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사토 마코토 감독의 『한낮의 별』(일본) 등 6편으로 구성된다.

'만인의 자유, 만민의 평등'부문은 9개월의 촬영과 6년여의 편집시간을 통해 제작된 파트리시오 구즈만 감독의 『칠레전투 1-3』(칠레)과 이 작품의 25년만에 본국에서 상영되던 당시 관객의 의식변화를 쫓는 『칠레: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비롯한 8편이 올랐다.

'우리들은 빅 브러더'에선 각종 인권탄압에 연루된 미 국방성 산하 기관에대한 숨겨진 진실을 담아낸 로버트 릭터 감독의 『암살학교 2』(미국), 김영삼 정권시절의 조작간첩사건을 다룬 김태일 감독의 『22일간의 고백』(한국)이 상영된다.

특별기획전 '신자유주의와 도전하는 민중들'의 상영작으로는 사바티스타원주민 봉기와 일련의 과정을 유쾌하고 장중하게 그린 +『치아파스』(캐나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를 담은 『가난한 자의 모임』(태국) 등 5편이 마련돼 있다.

부대행사로는 심포지엄과 다양한 퀴즈대회가 진행된다. 또한 서울 행사 이후엔 안양, 원주, 수원, 전주, 제주 등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주요 작품이 공개된다. '비영리'를 표방한 만큼 전 작품이 무료로 상영되고 +재정은 시민·사회 단체의 후원금과 시민들의 소액후원금으로 충당된다. 일반회원(1만원)과 단체회원(5만원), 특별회원(10만원)에게는 여러 해택이 주어진다. (02)741-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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