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교육부·한국학술진흥재단 공동기획]지방대학이 변하고 있다!④

▶글 싣는 순서

① 누리사업이 몰고온 새바람

② 기업에게 갈채 받는 대학을 만든 누리사업 (상)(하)

③ 대학을 치열한 업계 현장으로 (상)(하)

④ 지역인재를 세계인재로 키우는 누리사업 (상)(하)

⑤ 지역특화 브랜드로 인기몰이 (상)(하) 

⑥ 인성교육까지 책임지는 누리사업 (상)(하)

⑦ 전문가 좌담① 누리사업이 몰고온 새바람


◆창원대: 기업이 요구한 맞춤식 교육과정

누리사업단이 특정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진행하는 ‘맞춤식 교육과정’은 옷으로 치면 맞춤옷이다. 기성복에 비해 개인의 취향이 무엇보다 크게 반영되는 맞춤옷처럼, 누리사업의 맞춤식 교육과정도 당사자인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활성화될 수 있다.

창원대 메카노21인력양성사업단(단장 홍대선)과 STX조선(주)(이하 STX)이 올해부터 함께 운영 중인 ‘조선공학 맞춤식 교육과정’은 이러한 공식에 딱 맞아떨어진다. 활황을 맞은 조선업계로서는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 최근 창원대에 조선공학 전공이 신설된 것도 STX의 줄기찬 요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창원대와 STX의 맞춤식 교육과정 MOU 체결장면
맞춤식 교육과정은 매년 산학장학생 10여명을 선발, STX 실무인력이 강의하는 교과목을 2년간 수강하고 STX는 학생들의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며 맞춤형 교육과정 수료학생에게 우선취업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 과정을 거쳐 입사한 학생에게는 4년간의 의무복무 규정을 적용, STX측의 큰 기대감을 입증했다.

홍대선 사업단장은 “기업의 의지가 강해야 진정한 수요자 중심 교육이 가능하다. 기업측 의지가 없다면 현장 실무인력이 강의하도록 조치하겠느냐”면서 “STX 부장급 인력을 겸임교수로 초빙해 선박 의장과 생산관리 등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 반응도 좋아 까다로운 선발요건에도 불구하고 산학장학생 지원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맞춤형 교육과정의 이론 4과목을 한 학기에 하나씩 단계적으로 배우고, 방학 중에는 별도의 현작적응교육과 인턴십에 참가한다. 산학장학생 1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인 만큼 토론식 수업도 가능해 수업의 질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TX가 맞춤형 교육과정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역밀착형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조선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재교육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는 부작용을 극복한다는 취지. 주로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창원대생을 선발하면 장기근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선호하고 있다.

홍 단장은 “맞춤형 교육과정은 STX와 창원대가 산학협력을 도모하는 과정의 하나다. STX 회장이 창원대 발전후원회장도 맡고 있어 학교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 중”이라며 “조선공학 관련 교수가 없어 커리큘럼을 짜는 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STX와 장학생 선발위원회를 함께 꾸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졌다. 이 과정이 완전히 정착하면 산학협력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상대: 전방위 커리큘럼 개편으로 승부

경상대 바이오비전생물산업인력양성사업단(단장 강규영)의 승부수는 여러 경로의 교육과정 마련으로 요약된다. 사업단에 참여하는 바이오 관련분야 17개 전공에 30개를 웃도는 각종 트랙제 교과과정이 눈에 띈다. 전공별로 평균 2개 이상의 트랙제를 운영, 다양하고 풍성한 맞춤형 커리큘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 에버랜드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골프코스 매니지먼트 트랙제가 대표적이다. 3+1 체제로 운영되는 이 트랙제 교과과정에는 현재 12명의 학생이 참여 중으로, 내년에는 현장에서 1년간 직접 각종 실습 및 매니지먼트 강의를 받는다. 과정을 수료하면 관련업계로 곧바로 취업이 가능해 ‘실무형 전문직종 브랜드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사업단이 한국생산성본부와 공동으로 개설한 Mini-MBA는 누리사업을 넘어 이공계 위기를 대비하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15주 과정으로 개설되는 MBA 프로그램은 경상대 누리사업단 소속 학생들에게 경영전략, IT전략, 회계, 재무 등 기본적인 경영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강규영 사업단장은 “이공계 학생들도 취업해 과장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관리자 입장에 서야 한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공 공부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MBA 과정을 운영 중”이라며 “지금까지 3학기를 진행하면서 140여명이 참여했다. 생산성본부에서 전문강사를 초빙, 학생들의 동기 부여에 도움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누리클럽이 진행하는 '참여랩' 프로그램에서 고교생들이 실험하고 있다.
‘영누리클럽’은 말 그대로 지역 고교생이 참여해 실험과정 등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랩(lab), 체험과학교실 등을 통해 자질을 갖춘 청소년들을 대학 진학시 사업단으로 유치하는 기반을 구축했다. 1000여명에 육박한 영누리클럽 회원 중 사업단 관련학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는 고교생에게는 2년간 전액장학금 등 각종 혜택도 주어진다.

이러한 다양한 교과과정 창출은 약점을 커버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강 단장은 “전통적인 공학 분야와 비교하면 바이오 분야는 산학협력의 개념이 약한 면이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장기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당장의 투자 효율보다는 지방대생들의 자신감과 비전 확보라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랙제 확대운영의 한계점은 이러닝(e-learning) 등 다양한 보완책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강 단장은 “트랙제 운영은 기존 전공 등 교과과정과는 다른 영역을 다뤄야 하므로 부담이 상당하다”면서 “학제간 교류와 인접학문 공부가 전제되는 만큼 이러닝을 최대한 활용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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