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 영남대 사범대학 교수

학생들은 ‘내신-수능-대학별고사’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교육부가 2004년 10월 발표한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에서는 학생들이 ‘학원보다 학교 교육을 중시해 활기찬 교육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여전히 우리 학생들은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학원 교육도 중시하고, 더 나아가 내신관리, 수능대비, 대학별고사 준비라는 삼중의 공부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죽음의 트라이앵글’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

교육부의 내신 강조, 대학의 수능 중시, 상위권 대학·학과에서의 대학별고사 요구는 각 기관 차원에서 필요하고 정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교육 맥락이나 장에서는 이들 요소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역학 관계를 맺는데 문제가 있다.

대학입학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인 대학, 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등은 반드시 교육부의 기대나 요구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 명료한 사실이다.

이와 함께 학교 교육 조직은 ‘느슨한 조직(loosely coupled system)’이라는 특징도 고려하자. 대학이나 학생, 학부모 등은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자신들의 자유를 활용해 필요한 ‘대책’을 만들거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한다.

그래서 대입정책은 내신-수능-대학별고사라는 삼중의 속박 중 적어도 하나는 풀어주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동시에 고등학교 내신 기록 개선 방안도 탐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단계로 나누어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선 단기적(1단계) 개선 방안은 내신 9등급제 실시 이전처럼 내신 기록 방식을 학기별·교과별 단위수·성취도·석차(재적수)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수능은 쉽게 출제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각 교과목별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게 쉬운 문항부터 어려운 문항까지 고루 출제하고 현행 9등급 대신에 교과목별 백분위 점수를 제공, 각 대학이 대학별고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기적(2단계) 개선 방안은 내신 부분에서 국가 수준의 교과목별 학력·성취기준을 설정·개발하고, 이에 따라 절대 평가해 학생의 성취도를 기록하는 방안이 우선이다. 다음으로는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을 통합해 단일 점수를 산출, 학생부에 기록하는 형식으로 내신 기록 방식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국가나 시·도 교육청 단위의 학력평가를 고1년 말과 고3년 말에 각각 한 차례씩 실시해 학생부에 백분위 점수를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능은 현행의 4-8단위짜리 과목 수능을 10단위짜리 과목(일반과목) 수능과 20단위짜리 과목(심화과목) 수능으로 대체해 일반과목 2~3개, 심화과목 2~3개의 수능에 응시토록 한다.

예컨대, 현재처럼 한국지리(8), 세계지리(8), 경제지리(6) 등 9개 사회과 과목 중 4개를 임의 선택해 수능을 치르는 방식을 탈피, 10단위짜리 일반지리, 일반역사, 일반사회와 20단위짜리 심화지리, 심화역사, 심화사회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응시토록 하자는 이야기다.

이처럼 수능에서 학교 간·학생 간 변별을 할 수 있다면 대학이 굳이 대학별고사를 치를 이유가 없다.

장기적(3단계) 개선 방안으로는 미국식의 AP를 도입하고, 대학입시에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허용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약자(농어촌·극빈계층 등 소수자)가 많이 다니는 대학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각 대학이 대입선발에서 자발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허용하되, 사회적,정치적 가치(사회적 약자 배려)를 실현하려는 대학에 정부가 집중적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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