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전임교수 15명 다른 대학으로 자리 옮겨

서울대 교수들이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찾아 줄줄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서울대 전임교수 15명이 다른 대학으로 옮겼다. 올해엔 장용성 교수(현재 연세대 교수), 조광현 교수(현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등 3명이 떠났으며, 연말에 하용출 교수(외교학과)가 미국 워싱턴대로 가면 4명으로 늘어난다.

지난 5년간 단과대학별 이직 교수는 자연대가 7명으로 가장 많고, 사회대(3명), 의대(2명), 치의학대·법대·행정대학원(각 1명) 순이다. 서울대를 떠난 교수들은 이화여대·한국과학기술원·고등과학원·성균관대로 2명씩, 연세대와 중앙대로 1명씩 이직했으며, 미국 웨인주립대학 등 해외로 떠난 경우도 있었다.

이직 교수들 대부분은 새로 옮긴 대학에서 서울대보다 나은 연봉과 연구환경을 제공받았다. 최재천 교수(동물행동학)의 경우 지난해 이화여대로부터 석좌교수·대학원 에코과학부 신설·영장류연구소 부지 제공 같은 파격적 지원을 약속받고 떠났다. 당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남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최 교수는 “1년에 한 학기만 강의할 수 있고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연구·강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을 뿌리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대장암 유발 메커니즘을 규명해 세계적인 암 전문 저널 ‘온코진(Oncogene)’에 논문을 게재한 조광현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 가면서 정년 보장은 물론 외국 대학 겸임교수직 병행 약속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시경제 전문가로 올해 미국 로체스터 대학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았던 장용성 교수는 서울대 재직 때보다 나은 연구환경과 연봉을 보장받고 연세대로 떠났다. 2007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최진호 교수나 2006년 수학분야 국가석학으로 선정된 채동호 교수 역시 비슷한 이유로 2004년 각각 이화여대와 성균관대로 옮겼다.

서울대 교수들이 다른 대학을 택하는 이유는 ‘사립대에 비해 열악한 처우와 연구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연봉 수준이 사립대에 비해 낮다.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8759만원으로 연세대·포항공대 등 일부 사립대학 정교수 평균 연봉(1억여원)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서울대의 보수적인 연구 분위기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는 학문·학과 간 자부심이 워낙 강해 교류에 폐쇄적인 경향이 있다”며 “학제 간 연구가 힘들어 세계적인 연구를 하기에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김완진 서울대 교무처장은 “국립대로서 교수들에게 더 나은 연구조건을 제안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서울대 교수들에게 외국 대학 교수 겸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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