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대 사회대 강의실에서 하용출 외교학과 교수가‘마지막 강연’을 마친 뒤 동료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공부는 3D 업종입니다. 발로 뛰어야 비로소 성과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20일 오후 5시쯤 서울대 사회대의 한 강의실. 학생들 대부분이 건물에서 빠져나가고 없는 해질녘, 이곳에서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하용출(58)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장)를 초청한 것. 서울대에서의 하 교수의 마지막 강연이었다. 교수 10여 명과 학생 20여 명 앞에서 하 교수는 “연구실에서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발로 뛰며 (현장을) 연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의가 시작된 지 1시간30분이 지나자, 사회를 맡은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이번에 아예 전직(轉職)을 하게 되셨으니 아쉽게 됐다”고 운을 뗐다. 하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학생들과 일일이 작별의 악수를 나눴다.

우리나라 국제정치학계를 이끌어온 하 교수가 21년간 몸 담았던 서울대를 떠나 미국 워싱턴대로 자리를 옮긴다. 작년 11월부터 워싱턴대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온 그는 그곳에서 한국학 석좌교수로 임명돼 내년 1학기부터 강의를 할 예정이다.

“제가 서울대에 머무르면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7년 남게 됩니다. (정년제도에 의해) 65세가 되면 은퇴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 교수는 “나이가 들어도 강제적으로 은퇴할 필요 없이 원할 때까지 연구를 할 수 있고, 행정 잡무 없이 연구에만 치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마음에 들어 (워싱턴대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학이 갖고 있는)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정년 제한이 없다는 점”이라며 “지금 마음 같아선 70세까지도 끄떡없을 것 같은데 (서울대에선) 일찍 은퇴하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미국 대학의 경우 테뉴어(tenure· 종신교수직) 심사에 통과하면 원할 때까지 교수직에 머무를 수 있다. 서울대에도 테뉴어 제도가 있지만 정년까지만 교수직을 보장해준다.

하 교수가 떠나는 것을 선후배 교수와 제자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장은 “하 교수님의 빈 자리가 클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대학장 역시 “워싱턴대에서 초청해서 가는 거니 좋은 일”이라며 “하지만 하 교수처럼 유능한 교수가 서울대를 떠나는 건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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