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반발에 학교측 "강의 질 높이려는 것" 해명

서울대가 강의 장면을 녹화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려 했으나 교수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자 애꿎은 시간강사들에게만 적용키로 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내년 1학기부터 교내 교수학습개발센터(CTL)가 자연대 교수 205명 중 희망자에 한해 강의를 녹화한 뒤 해당 교수들에게 나눠 주기로 최근 학부장회의에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자연대는 당초 강의 녹화 자료를 조교수와 부교수의 승진ㆍ재임용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학부장회의에서 일선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 때문에 희망자에 한해서만 촬영하고 인사 자료로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수학ㆍ과학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시간강사에 대해서는 강의 녹화와 CTL의 분석ㆍ상담을 의무화함으로써 상대적 약자인 시간강사에게만 부담을 떠안겼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시간강사는 매 학기 재계약을 하게 돼 있어 학교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자연대 교수들이 연구에 비해 강의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도 정작 교수들에게는 희망자에 한해서만 녹화하도록 한 것은 강의 질을 높인다는 강의녹화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자연대의 한 교수는 "강의 녹화를 보면 불명확한 발음, 비뚤어진 판서, 냉소적인 표정 등 스스로 알기 힘든 강의 버릇을 알 수 있는 것이 있지만 동료 교수 대부분이 이를 불쾌해하고 불편해한다"고 전했다.

자연대 관계자는 "연구실적에 대한 압박이 큰 자연대 교수들에게 강의까지 신경쓰라니 반발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10년 전 학생 강의평가 제도를 도입할 때도 반발이 거셌지만 지금은 잘 시행되고 있다. 강의녹화 역시 장기적으로는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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