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권역은 "불만족스럽지만 수용 가능"

14일 법학교육위원회(위원장 신인령)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서울권역에 52%, 지방권역에 48%를 각각 배분키로 한 방침이 알려지자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지방 6 : 서울 4’ 비율을 주장했던 지방대는 불만족스럽지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 반면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대학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수도권 대학 "실질적 피해는 서울권 크다"

서울·인천과 경기·강원도를 아우르는 서울권역에 속한 대학들은 이번 방침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 명목 비율은 조금 더 높지만, 24곳이 몰린 높은 경쟁률과 그간의 실적·교육여건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서울권역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성균관대 이승우 법과대학장은 “로스쿨 인가와 개별 대학 정원 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법학교육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다. 법학교육 수행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 균형발전’을 우선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원 배정 문제를 떠나 능력이 부족한 대학에 로스쿨을 배정하고, 능력이 충분한 대학이 오히려 탈락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 변해철 법과대학장은 “사회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이번 방침에 당혹감을 표시했다. “서울 6 : 지방 4 정도를 예상해왔는데 지금 방침이라면 많은 반발이 예상된다. 수도권의 정원이 줄어드는 대신 대학별로 고루 분포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명지대 조병륜 법과대학장도 “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서울 7 : 지방 3 정도가 합당하다고 성명을 냈었다. 양보하더라도 6:4 수준은 돼야 하는데, 이번 방침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간의 대학 실적이나 교육여건을 고려해본다면 약 5:5 비율인 이번 방침은 실질적으로는 지방대에 편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대 장재옥 법과대학장은 “이런 식으로 로스쿨 지역균형을 맞춰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지역균형 방침을 적용해봤자 로스쿨 졸업 후 수도권으로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대로 하려면 지방에 법률시장을 형성하고, 총정원 자체를 늘리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학장은 “수도권과 지방 간에 유·불리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숫자를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맞춰 일희일비하게 만드는 ‘숫자놀음’도 문제거니와, 이런 식의 인위적 배분은 지역균형 원칙에도 안 맞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주대 백윤기 법과대학장은 “지방에 많이 배정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로스쿨 신청 숫자가 많은 서울 소재 대학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방침에 대해 불만스러운 입장은 같지만, 서울권역이 상대적으로 더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서울권역 내부에서도 경기도·인천·강원도 지역에 대한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백 학장은 “만약 법학교육위원회가 밝힌 대로 정원 배분의 주요 기준이 인구 수라면, 경기도에도 일정 숫자가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대 "아쉽지만 수용할 만" 내심 안도

애초에 ‘지방 6 : 서울 4’를 주장해온 지방권역 대학들은 “법학교육위원회의 결정이 불만족스럽지만 수용할 만하다”며 내심 반겼다. 일부 대학은 지역균형 원칙을 들어 유감을 표하고 있지만, 대부분 결정된 내용을 수긍하고 실사 준비 등에 충실히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원광대 최행식 법과대학장은 “기득권이 약한 (지방권역) 쪽을 배려해야 제대로 된 균형발전이다. 사실 지방대들이 더 오래 전부터 로스쿨을 준비해 온 점을 감안하면 불만족”이라며 “지방대에 더 지원해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똑같은 빵 하나라도 배고픈 이와 배부른 이는 의미가 다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최 학장은 “이왕 결정된 사항에 토를 달기보다는 수용하고 실사 준비를 충실히 해 로스쿨 유치에 나서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남대 성낙현 법과대학장도 “어쨌든 ‘서울 6 : 지방 4’가 아닌 5:5 비율에 근접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만하다. 법학교육위원회 결정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권역이 경쟁률이 더 치열하다고 하지만, 지방대도 로스쿨을 준비했다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이 많았던 점도 알아야 한다. 가시적 경쟁률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회장교로 ‘지방 6 : 서울 4’ 입장을 고수한 제주대는 여전히 불만스럽다는 반응 가운데 입장 표명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제주대 권영호 법과대학장은 “아무래도 수도권에 많이 몰린 것 같다”면서도 “기존 입장의 변화는 없지만 대학 차원에서 논의를 해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상대 김종회 법과대학장은 “아쉽지만 5:5 정도라면 크게 불만은 없다”며 수용 의사를 보였다. 그는 “그간 지방대의 요구와 달리 수도권에 인원이 몰릴 거라는 얘기도 있어 많이 우려했었는데, 지역균형을 도모하면서도 수도권 역차별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는 결정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조선대 김춘환 법과대학장은 “애초에 ‘지방 6 : 서울 4’로 가는 걸로 봤는데, 로스쿨 관련 주요사항이 자꾸 예측과 다르게 결정되는 점이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울권역이 배정인원이 적다고 불만이라지만, 균형발전 원칙으로 따지면 지방권역도 마찬가지로 불만”이라며 “관련 조사위원이 수도권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문제”라고 귀띔했다.

전북대 김민중 법과대학장도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왜곡된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방 6 : 서울 4’ 비율이 무너진 것은 아쉽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지방대 개별 로스쿨 정원은 줄이더라도 설치 대학 수는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 특히 지방대는 탈락 대학 수가 최소화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미현·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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