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국어대사전 인용하며 해명 `진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물리II 11번 문항의 오답 논란으로 초유의 재채점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수험생들 사이에서 화학Ⅰ에서도 정답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25일 한국화학회에 따르면 수험생들은 헬륨으로 채운 기체측정관과 수은으로 채운 깔때기가 고무관으로 연결된 그림을 놓고 기체 헬륨의 운동속도를 묻는 화학Ⅰ 5번 <보기>의 표현이 잘못돼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헬륨과 수은 높이를 비교한 (가), (나) 2가지 그림을 제시하고 <보기>의 ㄱ∼ㄷ 3개 항 가운데 수은 깔때기를 내려 수은의 높이와 헬륨의 높이가 같게 됐을 때에 대한 옳은 설명을 모두 고르도록 했다.

<보기> 중 ㄱ은 `(나)에서 헬륨의 부피는 60mL이다', ㄴ은 `헬륨의 평균 운동속도는 (가)>(나)이다', ㄷ은 `(나)에서 콕을 열어 두어도 수은의 높이는 변하지 않는다'라고 돼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것은 ③ ㄱ, ㄷ.

그러나 수험생들은 `콕을 열어 두어도'란 표현을 문제삼고 있다.

헬륨기체의 원자량(4)은 공기의 평균분자량(29)보다 작아서 콕을 열면 처음에는 헬륨이 빠르게 확산되므로 수은의 높이가 높아지다가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헬륨과 같아지는데 <보기> `ㄷ'에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이란 전제조건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즉, 헬륨이 나가고 공기가 들어오는 잠시 동안은 수은의 높이가 올라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내려가는데 수은이 내려가는 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게 수험생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ㄷ'은 완벽한 정답이 될 수 없으므로 정답은 `①ㄱ'이란 것이다.

일부 수험생은 "`ㄷ'을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①, ③을 모두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 답변에서 이례적으로 국어사전을 인용하며 ③번이 정답임을 공지한 바 있다.

평가원은 "`콕을 열어 두어도'는 동사 `열다'와 보조동사 `두다', 연결어미 `어도'로 구성돼 있다. 국립국어원이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은 `두다'를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끝내고 그 결과를 유지함을 나타내는 말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콕을 열어 두어도'란 표현은 `콕을 열어 둔 상태가 지속됐다면'의 뜻이며 이는 출제 의도와 부합되는 표현이므로 정답에는 오류가 없다는 해명이다.

평가원은 이례적으로 `불을 켜 두고 잠이 들었다 / 편지를 써 둔 지가 오래되었는데 아직 부치지 않았다' 등의 예문까지 곁들였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물리Ⅱ 재채점을 계기로 한국물리학회에 관련 글을 올리고 교육과정평가원 게시판에서도 문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평가원의 해명이 너무 옹색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는 어떤 면으로 보든지 평형을 다루는 열역학의 문제여서 답은 ③번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학생들이 주장하는 동역학 요인을 고려한다면 의미있는 답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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