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자율화’ 대학측 반응

대학 입시가 대학 자율에 맡겨지더라도 대학들은 본고사를 부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논술의 비중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3일 “본고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본고사를 치르던 시절의 인재상과 지금의 인재상은 다르기 때문에 본고사 부활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현행 논술에는 변화가 올 것이다.(교육부가 준) 가이드 라인에 의한 비정상적인 형태의 논술이 아니고 논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답이 있는 논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옛날식 본고사인 국·영·수를 따로 보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몇몇 입학처장들과 얘기해 보니 논술을 변형하거나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논술은 학생들을 평가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입시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당장 큰 변화가 생길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2009학년도 입시안을 보통 3월까지 발표하는 만큼 수능 등급제를 어떻게 바꾸고 대학에 어떤 정보가 제공될지 빨리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대입제도 변경에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걱정이 앞섰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이영임(41·주부)씨는 “대학 자율로 전형을 실시하면 내신보다 본고사의 반영비율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면서 “본고사에 대비하는 학원을 따로 보내게 되면 학원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강혜경(42·어린이집 운영)씨는 “상위권 대학이 본고사를 부활시키면 중위권 이하 대학들도 다 따라 할 것 같다.”면서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지만 학원비가 지금 60만원 정도인데 얼마나 더 늘지 고민이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은 잦은 입시정책 변화에 불만을 쏟아냈다. 일반고 진학을 앞둔 이주희(16)양은 “특목고 대비반을 다니다 일반고를 가서 내신 잘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특목고 진학을 포기했는데 계속 외고 준비를 할 걸 그랬다.”면서 “학원 선생님들이 내신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하더라. 특목고를 포기해서 괜히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선정고 2학년 조모(18)군은 “수능등급제를 한 해 시행하고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라면서 “‘저주받은 89년생’들처럼 우리도 ‘저주받은 90년생’이 될 것 같은데, 우리가 교육 정책의 마루타인가.”라고 반문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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