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Award)' 수상자 헤이스케 히로나카 (Heisuke Hironaka·77·사진) 하버드대 수학과 명예교수를 자연대 수리과학부 초빙 석좌교수로 3년간 채용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히로나카 교수는 오는 3월부터 학부 '대수기하' 과목과 대학원 논문지도를 맡는 등 서울대에서 학문적 업적을 전수하고 후학을 양성한다.

서울대는 그동안 각 단과대별로 세계적 석학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하거나 방학을 이용한 특강을 한 적은 있지만 히로나카 교수와 같은 석학과 교원으로 정식 임용 계약을 맺고 3년 동안 수업과 연구를 맡긴 경우는 처음이다. 특히 학내 제 1호 석좌교수였던 황우석 전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줄기세포 논문조작 파문으로 석좌교수 직위를 잃고 학교를 떠난 이후 공석이었던 석좌교수 자리를 히로나카 교수에게 인정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치도 취했다.

히로나카 교수는 1954년 교토대학을 졸업하고, 1960년 하버드대학에서 대수기하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후 1964년 수학자들이 지난 백년간 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중 하나로 꼽는 '특이점 해소 정리의 증명'을 완성해 1970년 국제수학자총회(ICM)에서 '필즈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안철수씨 등에 의해 추천도서로 여러 차례 소개된 '학문의 즐거움'이란 자서전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필즈상은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총회에서 지난 4년간 수학 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수학자에게 부여하는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국제총회는 수상자를 4명 이내로 국한하고 있고 수상 당시 연령이 40세를 초과할 수 없다는 제약 때문에 1936년부터 시작해 200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필즈상 수상자는 총 48명에 불과하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필즈상 수상자가 없다.

히로나카 교수의 특이점 해소 정리의 증명은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면서 날아가는 새들의 움직임', '종이에 한 서명에서 꺾이는 점이나 교차하는 점', '주식시장 변동 그래프의 뾰족한 점'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비정형성이 발생하는 근저를 마치 현미경처럼 엄청난(무한의) 배율로 확대해서 들여다 봐 변화의 원인을 알아 낼 수 있도록 하는 수학공식이다.

서울대의 히로나카 교수의 영입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을 적극 유치하려는 이장무 총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쯤까지 약 30개 분야에서 세계 10위 수준의 연구력을 갖추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기초학문 분야를 중심으로 노벨상 수상자급의 석학 교수 20여 명을 겸직교수로 초빙하고 100여 명의 외국인 교수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히로나카 교수는 이같은 이 총장의 목표에 따라 노벨상급 수상자로는 처음으로 서울대에 초빙된 셈이다.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히로나카 교수 영입으로 수학과 같은 기초과학 학문 분야 발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해외 석학을 유치해 자연대뿐 아니라 서울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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