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 대교협 기구화에 반발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가 대학자율화라는 변화의 시대를 맞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자율화에 따라 역할이 강화되야한다는 의견과 의견수렴을 넘어선 기구화는 이에 역행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최근 정완용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경희대)은 대교협 건의사항에서 입학처장협의회의 공식 기구화를 요청하는 등 협의체의 성격을 강조했다. 대학에 자율이 부여되는 만큼 입학처장들의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측면에서였다.

그러나 주요 7개 사립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이는 또다른 규제 기구가 될 수 있다며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성균관대의 경우 기구화 한다면 협의회를 탈퇴하겠다는 의사도 감추지 않았다.

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들도 다양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부산·경남·울산·제주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민병현 동의대 입학처장은 23일 "지금까지 협의회가 친목 모임이었다면 앞으로는 협의기구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대교협이 입시를 맡게 되면 모든 대학과 일대일로 정책을 협의할 수 없기때문에 어쨋든 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면서 "입시 일정, 본고사 실시여부 등의 큰 틀의 합의는 필요하며 자율이 적용되는 부분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협의회의 의견이 서울 7개대학, 지방대학, 나머지 대학 등으로 나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의된 내용은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성격이 다른 200여개 대학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점에서 친목 모임 이상의 기능을 갖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도 나왔다.

강원지역협의회장인 관동대 박근후 입학홍보처장은 "서울의 몇몇 대학이 대학 전체의 입시를 주도하는 듯이 튀는 행동을 하는 게 언짢기는 하지만 입학이라는 게 학교마다 입장이 달라 조율이 어려운 점은 어쩔 수 없다"며 "최소한의 합의사항만 조율하고 나머지는 대학에 일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입시가 자율화되더라도 대학들이 공통으로 대처해야할 부분들이 있고 의견을 모을 장치 조차 없어지면 일반 국민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므로 협의회는 지속돼야 한다"며 운영의 묘를 살릴 것을 주문했다.

대전·충남북지역협의회장인 이경복 호서대 입학처장은 대교협이 입시정책 수립시 대학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입학처장협의회 보다 기능이 강화된 '위원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처장은 "입학처장협의회는 회비도 없을 뿐더러 안나오는 대학도 많은 일종의 학회나 마찬가지 성격"이라며 "대입업무가 대교협에 이양되고 입시정책을 주도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정책을 제기해야 한다면 합리적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고 공청회 등을 거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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