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이창기 교수, 사비털어 '환경장학생' 선발

"첫 환경 장학생이 나와서 기쁘다. 에너지와 환경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현장 활동가를 키워내고 싶다."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에너지정책연구소장)는 얼마 전 자신의 사비 5000만원을 털어 '환경 장학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첫 장학생으로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유병연 사무국장을 선발했다. 환경 장학생은 학비의 70%를 장학금으로 지원받아 대전대에서 행정학 석사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이 교수가 '환경 장학금'을 조성한 이유는 지역의 환경운동가들에게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부가 여러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전문성을 갖춘 활동가를 키워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향후 10년간 12명의 환경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게 이 교수의 계획이다.

"대학원 행정학 석사과정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에너지환경전문가 양성과정이다. 환경공학·경영학·교육학·철학까지 에너지·환경 관련 교수들이 모두 참여해 팀티칭할 예정이다. 해마다 학생들과 관련 워크샵이나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인데, 사실은 교수와 학생이 모두 성장하는 셈이다. 환경운동가는 현장에 대한 경험을 가졌고, 교수들은 이론과 전문성을 줄 수 있다."

이 교수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환경운동가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환경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환경과 경제성, 효율성을 두루 살펴보며 균형있게 접근하는 환경운동가가 필요하다. 또 현장 활동가도 정부의 환경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야 효과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

'환경'을 절대 가치로만 생각하는 환경운동가가 들으면 '개량주의'나 '수정주의'로 오해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그가 대전에너지시민연대 등 지역 환경단체들에게 환경 장학생 선발 취지를 설명했을 땐 적지 않은 호응을 받았다. 그동안 그가 지역과 환경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해 왔다는 점을 환경단체들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4년부터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에서 정책위원과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환경 장학생 선발 계획을 세워놓고 지역 환경단체들에게 의사타진을 해보았더니 호응이 꽤 좋았다. 그래서 장학생 선발권은 지역의 에너지·환경관련 단체들이 소속된 대전에너지시민연대에 줬다. 거기서 장학생으로 추천하면, 우리는 최소한의 수학능력만 확인하게 된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1978년 전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박사를 받은 이 교수는 85년부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 교수가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4년 대전시가 지방에너지계획을 세울 때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에너지 계획을 세우다 보니까 행정학자인 내가 할일이 상당히 많다는 걸 알았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만들어도 정책적으로 적용할 땐 행정학이 필요하다. 중요한 에너지·환경기술이 현장에 올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보탬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환경에 대한 인적수요가 많아진다면, 대전대에 에너지환경대학원을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점차 기상이변과 자원고갈 문제가 현대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에너지·환경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하루 24시간을 촘촘히 쪼개 쓴다. 강의와 연구, 대외활동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폭넓은 대외활동 탓에 종종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듣지만 그는 "교수란 강의와 연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지식을 대외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대외활동을 지속 할 것"이란 말로 이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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