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여파 · 첫 수능 등급제 혼란 속 "수능만 높은 상위권 지원자 하향지원 탓"

올해 서울대 법과대에 합격한 신입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청솔학원 등 입시업체가 서울대 정시 1차 합격자의 수능 점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대 합격자의 수능 환산(162점 만점) 최저 점수가 155점으로 인문계열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서울대 올해 합격자 중에서 수능 최저 점수가 가장 높은 단과대는 경영대로 법대보다 5점이나 높은 160점으로 조사됐다.

법대 수능 커트라인은 서울대 개교 이후 최고 수준이었으나, 올해 입시에서는 그 동안 최하위권에 머물던 인문대(157점)보다도 낮았다.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던 농경제사회학부(156점), 소비자아동학부(157점)보다도 낮은 점수대다.

이처럼 법과대 수능 커트라인이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친 이유는 현행 선발 방식의 법률가 배출 시스템에서 법률가 양성으로 바뀌는 로스쿨 출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3월 로스쿨이 출범하고, 현행 사법고시가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반면, 다양한 학부 출신을 로스쿨이 법률가로 양성하게 됨에 따라 굳이 학부 법학을 전공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서울대 법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법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성적 우수자들이 법대로 몰렸지만, 앞으로는 굳이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08학년도 입시부터 등급제로 표기된 수능 점수를 서울대가 1차 합격자를 가리는데만 활용해 수능의 입시 변별력이 낮아진 것도 수능 커트라인을 전반적으로 낮춘 이유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이번 입시에서 수능 등급을 162점 만점으로 환산, 모집정원의 2~3배수를 가린 뒤 내신과 논술, 구술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했다.

수능과 내신의 등급제로 치른 첫 입시인 탓에 수능만 높은 상위권 학과 지원자들이 하향지원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종운 청솔학원평가연구소장은 "서울대 상위권 학과의 경우 가끔 일종의 펑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수능 점수만 높은 학생들이 내신이 높은 지원자와 경쟁을 피해가기 위해 하향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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