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름방학. 그러나 한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IMF시대를 사는 한국의대학생들에겐 '사치'일 뿐이다.

여름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반갑지 않다. 오히려 두렵기까지 하다. 어금니 깨물고 학비, 생활비를 벌어 보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지만 마땅히 일할 곳이 없다.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아침마다 취업보도과에 들른다는 박영식군(순천 향대 물리3)은 "예전에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철철 넘쳐, 골라서 일했는데 지금은 일하고 싶 어도 일할 곳이 없다"며 "마치 실업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성균관대 취업지도과 서동오씨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 수요는 1백%이상 증가 한 반면 공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쳐 '아르바이트 기근'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대학 역시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공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사회경험과 교육적 측면을 고려해서 이뤄졌던 관공서 아르바 이트의 경우 올 여름 모집계획을 아예 백지화시켜 학생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충남도청의 경우 이례적으로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채용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 역시 취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충남도청 자치행정과의 관계자는 "지난 겨울 방학때도 예산축소로 인해 아르바이트 채용계획이 전면 취소된 적이 있다"며 "이번 6.4 지방선거가 끝나 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쯤 되다 보니 일부 아르바이트 모집업체만 신이 났다. 신청자가 쇄도해 구미에 맞는 사람을 마음껏 채용할 수 있기 때문. 한편 아르바이트와 관련해 사기사건도 빈번해 학생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김휘석군(중앙대 98졸)은 후배 소개로 (주)중앙전람의 테크노마크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했다가 인건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은 경우. 김군은 "사장이라는 사 람이 워낙 사람 좋게 생겨 일당이 얼마인지조차 묻지 않고 덥석 일을 시작한 것이 잘못이었 다"며 "보통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의 일당이 5만5천원 수준인데 아무리 IMF시대라도 하 루 14시간 일한 대가가 3만7천5백원인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시장, 온갖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는 일부 아르바 이트 모집업체까지 걱정해야 하는 대학생들은 이번 여름 방학이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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