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강의평가 1위 차지한 황진환 공대교수

"가능하면 학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 노력합니다. 그래야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편하게 질문을 할 수 있어요."

황진환 동국대 교수(37, 사회환경시스템공학·사진)는 지난해 3월 임용된 새내기 교수다. 부임 이후 이제 두 학기를 마쳤을 뿐이지만, 강의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최근 동국대가 공개한 2007년 2학기 강의평가 결과, 황 교수는 1049명의 교수 중 가장 높은 평가점수를 받았다. 그 비결을 묻자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는 수업 분위기를 만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한 번은 메일로 교수에게 질문을 보낸 적이 있어요. 그러나 하루 뒤에 그 질문이 '우문'이란 것을 깨달았지요. 그래서 '내가 잘 못 생각한 것 같다', '바보같은 질문이었다'고 다시 메일을 보냈더니, 그 교수가 '과학에서는 어떤 질문이든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며 답장을 보내줬어요. 그 때 받은 메일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 뒤 강단에 선 황교수는 "어떤 질문에도 성실히 답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한국 학생들이 질문을 잘 안하는 편"이기 때문에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도 신경을 쓴다.

"일단은 학생들과 가까워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더군다나 제가 맡은 강의가 영어강의였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을 틔워주지 않으면 강의를 이끌어 나가기가 어렵지요. 학생들이 제게 좋은 점수를 준 이유는 강의를 통해 '영어는 배울 수 있었다' 는 점 때문일 거예요."

오히려 영어강의를 맡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겸양섞인 말이지만, 사실 한번의 강의를 위해 그가 쏟는 시간은 6시간 정도다. 이런 꼼꼼함 때문에 3과목을 맡았던 1학기 때는, 첫 학기의 쑥스러움이 더해져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작년 3월 임용돼 첫학기 세개의 강의를 맡았는데 쉽지 않았어요. 떨리기도 했고, 말하는 속도도 조절이 되지 않았고, 졸고 있는 학생을 보면 크게 실망했고요. 거기다 2월 말 임용이 결정됐고, 당장 3월부터 강의를 했으니 준비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고요."

특이한 점은 1학기 때 그가 맡았던 과목 중 한 과목이 지난 학기 땐 수강생 미달로 폐강됐다는 점이다.

"교양과목인 지구환경과학에서 발표수업을 한번 시켜봤더니 학생들 반응이 좋았어요. 강의평가에선 이를 확대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도 있었구요. 그래서 2학기 강의계획서에는 아예 발표와 팀프로젝트 위주로 수업을 한다고 했더니 수강인원이 적어 폐강됐어요. (학생들이) 부담을 느낀 거죠. 이런 부분이 강의평가의 맹점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게 학생들에겐 정보제공을, 교수들에겐 강의준비를 충실히 하는 자극제가 되지만 "학생들 입맛에 맞추다 보면 정작 힘들지만 중요한 부분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그는 "강의평가의 장점을 살리려면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부임 후 첫학기를 보내고 맞은 여름방학은 그에게 충실한 강의를 준비하는 요긴한 시간이 됐다. 과목도 첫학기 때보다 1과목이 줄었기 때문에, 그는 "3개월동안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상대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많아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7년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황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턴 뉴잉그랜드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은 뒤에는 귀국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1년여 동안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동국대에는 지난해 3월 조교수로 임용됐다.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에 소속돼 있지만, 세부전공은 해양환경공학이다. 연안이나 강 하구 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를 공학적으로 해결하는 연구가 그가 천착하는 분야다. 학문의 특성상 연구공간과 고가의 실험·실습 기자재가 필요하다. 1년 동안의 교수 생활 끝에 드는 생각은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이지만, 연구시설이 열악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욕심이라면 "강의를 더 잘하고 싶다"는 것.

"대학시절을 돌이켜 보면 기억에 남는 강의가 많지 않아요. 특히 공대에는 대형 강의실이 꽉 들어차는 이름난 강의가 거의 없지요. 그럼에도 욕심이 있다면 강의를 더 잘해서 '동국대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봐야 한다'고 입소문이 날 만한 '명강의'를 하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소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 나오는 모리 슈워츠 교수처럼, 제자들이 언제나 찾아와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교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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