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강의 평가 공개· 연구 실적 반영 강화 잇달아

대학들이 교수 사회 개혁에 강도를 높이고 있다. 동국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했으며 중앙대, 경희대 등은 교원 업적 평가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교수의 교육 또는 연구 경쟁력 없이 대학 경쟁력도 없다”는 대학들의 신념에 따른 것으로 특히 각종 평가에서 교수들의 교육 및 연구능력이 주요한 평가지표로 활용되면서 교수 사회 개혁은 이제 대학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학교 측과 교수 사회 간 갈등도 심해 교수 사회 개혁을 두고 대학가에 한바탕 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대학들, 교수 사회 개혁 박차

지난해 9월 카이스트가 테뉴어(tenure·교수정년보장) 심사에서 신청 교수 35명 가운데 15명을 탈락시키자 카이스트는 교수 사회 개혁의 모델로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 카이스트 발 태풍에 맞먹는 또 하나의 태풍이 대학가를 강타했다. 바로 동국대가 강의평가 결과를 국내 대학 최초로 공개한 것.

동국대가 강의평가를 공개하자 동국대는 물론 대학가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동국대 내에서는 ‘강의의 질적 향상을 위한 조치’라는 학교 측 입장과 ‘강의평가는 강의의 질적 수준이 아닌 인기도 조사에 불과, 공개는 부당’하다는 교수회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8일 고려대 MBA가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했고 서강대와 연세대 MBA도 강의평가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등 동국대의 이번 조치가 대학가에 연쇄 작용을 불러오고 있어 강의 평가 공개를 둘러싼 파장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서강대, 카이스트 등이 교원 평가 관련 항목을 대폭 강화한 데 이어 중앙대, 경희대 등도 교원 승진 및 재임용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중앙대는 교원 승진 및 재임용 개정안에 대한 작업을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적용에 들어간다. 개정안의 골자는 연구 항목에서 논문 제출수를 1편 상향하거나 JCR(Journal Citation Report, 저널 인용실태 보고서) 논문 환산율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교수 기준으로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제출논문수가 7편 또는 8편으로 상향 조정됐고 자연계열의 자연과학·공학·약학 분야의 경우, JCR 논문환산율이 240%→400%로 상향 조정됐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임상 관련 교수들에게도 JCR 논문환산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경희대는 2005년 경 교원 승진 및 업적 평가 제도를 개정한 뒤 추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각 항목에 대한 조율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4월 또는 5월 경 개정안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역시 이번 개정안의 목적은 대폭적인 교수 연구 역량 강화에 두고 있다.

교수회 vs 학교 측, 첨예한 대립

지난 달 20일 열린 중앙대 교원 승진, 재임용 및 승급규정 개정안 설명회. 설명회에 참석한 교수들 사이에서는 “공대에서는 논문 성과를 높이기 위해 시설 및 실험 환경이 중요한데 학교 측의 지원이 현저히 낮다”, “경쟁대학들과 유사한 정도로 자격요건을 높이려면 연봉, 연구요건, 교육환경, 연구지원 등도 같은 수준으로 제공돼야 한다”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교수들은 학교 측이 연구 여건 개선이나 지원에는 인색하면서 평가만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국대가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한 것에 대해 이재윤 한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평가단장은 “결과를 공개하고 안하고 이전에 강의평가 결과적으로 기계적인 서열식 평가로 도출하는 자체가 반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교수는 연구와 협동발표를 중시하고 어떤 교수는 교과목과 논문을 중시하는 등 교수들의 철학, 교수법 등이 다른데 이런 것을 무시하고 평가를 계량화해서 일렬로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교수 사회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교수 사회 반발 역시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교수들은 취지는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학들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은 특히 교원 업적 평가를 강화할 경우 연구 여건 개선 및 지원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 역시 단호한 입장이다. 즉 평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인센티브제도도 마련하고 연구 여건 개선을 위한 후속작업도 진행하는 만큼 교수들이 학교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학교 방침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카이스트의 경우, 차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1등급부터 6등급까지 연구 실적별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중앙대의 경우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기존에는 실적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하던 연구비를 학술진흥재단 이상 학술지에 논문이 등록될 경우 계열별 또는 실적별로 구분해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700만원까지 연구비를 지원키로 했다. 또한 중앙대는 연구 여건 개선을 위해 R&D 센터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희대 역시 인센티브 항목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구희산 중앙대 교무처장은 “10년 전에 시작한 학교들의 경우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데 중앙대는 그 때 교수들이 반대해 하지 못했다. 대학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늦은 감이 있지만 개정안을 만들게 됐다"면서 "개정안에는 트랙제도입, 책임시수 조정 등 교수회에서 요구한 사항들이 포함돼 있고 교내연구비와 논문게재장려금을 확충하는 등 인센티브 항목도 있다. 그 효과는 3년 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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