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학생 찾아 산골ㆍ섬까지 방문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누구죠?"(기자)

"그건 저도 모릅니다. 알더라도 공개할 순 없죠."(입학관리본부 관계자)

각 대학이 최근 발표한 2009학년도 입시안에 `입학사정관`이란 생소한 용어가 등장하면서 이들 실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는 입학사정관. 이들은 누구기에 언론 노출을 피하며 `잠행`을 고집하는 것일까.

◆ 학생잠재력 평가하는 입학 사정관

= "고교에서 정년 퇴임한 교사나 대학 입학처 퇴직자 중 적당한 인물을 찾고 있다."

박천일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려면 아무래도 관련 업무를 많이 해 본 경험자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은 수학능력시험, 내신처럼 명확하게 드러난 수치 외에 학생의 숨은 특기와 잠재력, 발전 가능성을 고루 평가해야 한다.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대학 입학처 관계자도 입학사정관 첫 순위다. 성균관대는 입학사정관 4명을 임명했는데, 이들은 모두 입학처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입학 업무에 정통한 교수 역시 입학사정관으로 손색이 없다.

`입학사정관`이란 공식 명칭을 붙이기 전부터 서울대는 정원 외 모집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단과대별로 전임 3년차 이상 교수 21명으로 구성된 입학전형요원과 입학관리본부 전문위원 5~6명이 바로 입학사정관들이다.

입학사정관 채용 경쟁률은 수백 대 1에 달하기도 한다. 작년 10월 경희대가 입학사정관 2명을 선발하는 데 200여 명이 몰렸다.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전공자들이 지원했다"며 "교육학 행정 교육통계 언론 등 입학사정관 업무와 연관성 있는 실무자들의 지원서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 한해 평균 30차례 지방 방문

= 입학사정관은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해서라면 산골도, 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작년 고교와 학생 평가를 위해 평균 30여 차례 지방을 찾았다.

입학본부 한 관계자는 "한 연구원은 지난해 여름 경남 한 작은 마을까지 자가용을 몰고 다녀온 적이 있다"며 "비포장도로를 다니느라 차가 다 망가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류전형과 전화 확인으로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마지막 수단`으로 학생이 사는 동네를 찾아간다.

학생을 방문하면 우선 집을 찾아가 부모를 만나고 이어 학교 선생님과 동사무소 등을 찾아간다. 한 입학사정관은 "무턱대고 찾아가면 집안 공개를 꺼리거나, 동사무소에서 대답을 잘 안해 주기도 한다"며 "방문 전에 미리 상대방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무작정 학생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한다고 해서 입학사정관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학생에 대한 정보는 사전에 충분히 조사해 간다"며 "솔직한 내용을 원하지, 과장해 대답한다고 합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전형 시작되면 외부인과 접촉 금지

= 입학사정관은 정량적인 수치가 아니라 정성적인 면을 평가한다. 주관적인 시각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칫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염려도 있다.

서울 사립대 한 입학사정관은 "입시와 관련해 학교에 설명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 궁금증을 풀어 주곤 한다"면서도 "정량적인 평가가 인정을 받으려면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만큼 일단 전형이 시작되고 나면 외부인과 절대 접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신분이 드러나면 여러 경로를 통해 청탁이 들어올 소지가 있다.

입학사정관을 처음 도입하는 올해 각 대학이 고민하고 조심하는 것도 바로 이 `공정성`이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입학사정관 확대를 약속하면서도 "자칫 서두르면 각종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시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은 `공정성 시비`를 염려해서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이 있지만 교수들이 최종면접에 들어가고, 위원회에서 합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등 2중 장치를 마련해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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