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감량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각 대학에서 발행되는 학보가 정상 발행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크고 작은 행사 지원이나 협찬, 장학금 지급 등 기업에서 조달한 자금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여 신학기학생활동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증면과 발행 부수 경쟁을 벌였던 각 대학의 학보들은 최근 IMF 한파로 인한 광고 급감과 재정난 심화로 지면 축소와 발행횟수 제한 검토 및 최소한의 경비지출 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살아남기 위한 자구 노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세춘추' 경영난 타개 고심]

'연세춘추'(연세대)는 기업 광고 수입 급감에 따른 경영난 타개를 위해 제작 지면 축소와 학교 보조금 인상, 무가 배포 관행을 깬 신문 유가화 전환 검토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독립 채산제로 운영되는 연세춘추는 운영 수입의 30~40%를차지하던 광고 수입이 IMF 한파로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상적인 신문 발행 자체가 우려되고 있으며 사무직원의 월급마저 지급하지 못할까봐 긴장하는 분위기.

연세춘추는 이에 따라 지면 축소와 경비절감, 신문 유가화 전환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나 동문들을 대상으로 한 신문 유가화 방안은 이미2~3년 전에 실시해 실패를 본 경험이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상황이 더욱 악화돼 학보 발간 자체가 중단될수도 있다고 보고 그나마 있는 대학 내 문화사업이 존폐 위기에 처해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교측에 정책적인 지원자금을 요청할 방침.

연세춘추 이종호 간사는 "IMF 한파로 광고가 크게 줄어 운영난이 심화되는 등 올해 재직한 3개월이 3년 같다"며 "학보 발행 중단 등 극단적사태를 피하기 위해 대학본부와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방대는 자금난 더 심각]

'대학신문'(서울대)도 올해 광고수입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과다 발행을 자제하면서 감면과 발행횟수 축소, 경비 절감 등 감량 경영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역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대학신문은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 현재 3만부 발행하던 신문 부수를 5천부 정도 줄일 것을 검토하는 한편 업무 직원의 월급과 수당 및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도 삭감할 방침. 매년 2~3대 도입하던 컴퓨터 편집기도올해는 도입을 중단한 상태.

'고대신문'(고려대)과 '성대신문'(성균관대), '중대신문'(중앙대) 등도 IMF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 이들 신문은 한결같이 지난 80년대 민주화 바람이 불 때 학교로부터의 독립을 외쳤던 곳들이다.

그나마 서울 소재 유명대학이라는 지명도와 대학의 대표 매체라는 이점으로 상대적으로 광고주들이 선호하던 이들 학보가 이같은 상황이고보면 지방 대학에서 발행되는 대학신문의 상황은 더욱 어려운 형편. 특히단과대학이나 동아리에서 발행하던 인쇄매체나 팜플렛, 심지어 크고 작은행사 지원이나 장학금, 보조금 지급 등 그간 기업에서 부담해온 각종 협찬금이 대부분 중단될 것으로 보여 학생 활동에도 적지 않은 변화와 함께 심각한 위축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기조실 폐쇄 기업 PR 백지화]

이처럼 각 대학 학보들이 감면과 경비절감, 발행횟수 제한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각종 행사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 광고 급감에 따른 운영난 심화가 주원인이다.

그룹간 빅딜과 구조조정 열풍에 휩싸인 주요 대기업들이 기획조정실이나회장비서실을 잇따라 폐지키로 하면서 그간 대학 학보 광고의 85% 이상을차지해온 기업 이미지 광고를 아예 없애거나 대학에 배정했던 예산을 백지화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현대그룹은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 축하광고를 끝으로 그룹 이미지 광고 자체를 아예 없앴으며 대우그룹도 지난달부터 신문 잡지 등인쇄매체에 이미지 광고를 일체 싣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3월에 각계열사 주총이 끝나는 대로 그룹광고를 없애거나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LG그룹은 지난해까지 탤런트 최지우와 배용준을 내세워 엄청난물량의 그룹 이미지 광고를 한 반면 올해 들어서는 모델을 한석규로 바꾼 새 광고를 제작하고도 설날 연휴 3일간만 방영하고 중단한 상태.

이밖에 학생들을 주요 고객으로 했던 중견 그룹의 연쇄도산과 이들의광고를 대행해온 중소 광고 대행사들의 잇따른 부도로 부도, 부실 채권이상반기에 급증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각 대학 학보의 광고를 대행해온 주요 대행사들은 광고수주 격감, 부실 채권 급증, 금융권의 대출 중단 등으로 자금 조달의 3중고를 겪는 한편 간간이 실리던 상품 광고시장마저 소비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전처럼 신문 발행에 원활한 운영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

[학보 광고대행사 매출 격감]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 인하대 등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전국 36개대학의 학보 광고를 대행해온 (주)유니쿱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광고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기업 이미지 광고의 경우 지난해 전체 광고 매출의 90%를 차지하던 것이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전무해올해에는 3월 5일 현재 10%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

(주)유니쿱 광고사업본부의 김신구 상무는 이에 대해 "전시 체제로 비유되는 IMF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 모두 최소한의 경비지출과 고통 분담 및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학보의 정상 발행과 최소한의 학내 문화 활동이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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