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우리 대학에만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전국 대학을 책임지는 자리까지 맡았으니..."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으로 피선된 현승일 국민대 총장. IMF 시대를 맞아 대학의 구조조정을 역설한 현회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 전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회장을 만나 현재 +우리 대학이 처해있는 위기와 극복방안을 들어보았다.

-. 대교협 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교육계 변화라는 중요시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각 대학 총장과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대학교육 발전에 일조할 수 있는 회장으로 일하고 싶다"

-. IMF 시대, 대학이 처해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참담한 현실이다. 대학들이 경제위기를 감안, 등록금 인상을 포기했지만 대학 재정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물가 인상과 고가의 실험장비 도입에 따른 환차손, 휴학으로 인한 미등록 등 다각적 요인을 감안한다면 대학 재정은 지난해에 비해 30~40% 가량 감소한 셈이다. 반면 별다른 수입원도 마땅치 않아 현재로선 자체적인 예산절감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 대학의 자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이라면.

"교수와 직원들의 능력과 실적에 따른 연봉제와 성과급제도를 실시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교협 정기총회에서도 심도 깊게 논의된 부분으로 대부분의 대학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대학 재원 확충방안으로 기여입학제 도입 여론이 있는데.

"시기상조다. 현재 우리나라 수준에서 기여입학제도는 대학 재정난 해결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전국 차원에서 볼 때 불과 몇 개 +대학만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국민들의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입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교육계에 끼치는 악영향은 불보듯 뻔하다"

-. 신임 교육부장관으로 이해찬 의원이 선임됐는데.

"의외의 인물이지만 잘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교육계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한다. 단지 현 교육제도가 도마 위에 올라 또 다시 급변할 가능성이 있음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보수적이어야 하며 지속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50여년 동안 우리의 교육제도는 시행착오만을 거듭해왔다. +또다시 교육제도가 뿌리째 흔들린다면 걸음마부터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문제가 있다면 점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 교수임용 비리 등 교육계 비판의 소리가 높은데.

"대학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대학은 다른 어느 사회에도 모범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교수선발의 엄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학과 교수, 총장, 이사장 등 모두에게 교수임용 권한이 균형 있게 분배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자들의 양심이다"

-. 대학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려운 시기인 만큼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화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각 분야의 부실을 초래했다. 이제는 지식수준의 세계화를 통해 세계 +강국들과 경쟁해 나가야 한다. 불 꺼지는 대학이 있어서는 안되며 구성원들은 땀과 눈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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