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학년 새학기의 첫 강의는 대개 3월2일쯤이 된다. 2월말경은 졸업식 등으로 바쁘고 3월이 되면 첫 날이 3.1절이기 때문이다. 새학년 +새학기를 이렇게 시작한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그런데 대학가는 며칠 전부터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건으로 온 세상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이런 형편에서는 3.1 정신 같은 것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번에 밝혀진 교수임용비리사건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최고를 자랑하는 세칭 일류대학 교수들이 주체라는 것. 둘째, 금품의 액수가 억대로 추산되는 것. 셋째, 교수 스스로가 직접 +금품을 요구할 만큼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 넷째, 쏟아져 나온 달러와 엔화와 금붙이 등으로 말미암아 한국의 일부 교수의 집은 알리바바의 도둑소굴이 되었다는 것.

이런 특성들은 세계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최고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울대의 일부 교수사회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교수임용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품수수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밖에는 모른다.

짐작컨대 이런 비리는 해방후 대학이 본격적으로 설립된 후부터 서서히 시작된 것이다. 다만 초기단계에는 규모도 작았고 때로는 사제간의 끈끈한 정으로 봐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종 한 병을 들고 세배하러 가고, +교수가 커피를 마시고 나갈 때 찻값을 물어주고... 이러다가 선물의 단위가 달라지고 선물이 수표나 달러로 바뀌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역사가 길고 부패의 정도가 심하더라도 결코 이것을 한국 대학의 전반적인 현상으로 봐서는 안된다. '서울대 교수도 그러니 기타 대학이야...'라는 식의 막연한 추리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일류대와 교수인격의 문제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교수들은 그래도 이 사회에서 다른 계층보다 비교적 양심적인 집단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도둑의 소굴처럼 부를 누리는 교수는 지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교수를 존경하고 따르며 학문적 연구와 +올바른 비판정신을 길러나가며 여기서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찾을 필요가 있다. 공연한 오해나 편견으로 학생들이 교수를 신뢰하지 못하고 존경하지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대학사회의 큰 불행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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