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한국국제교육자협회 회장

“내실있는 국제화를 위해선 순환보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김준현 한국국제교육자협회(KAIE) 회장(경희대 대외협력팀장)은 국제교류 업무만 8년을 맡은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제시한 ‘내실있는 국제화’의 첫째 조건은 전문성 확보였다.

“얼마 전 미국국제교육자협회(NAFSA) 회장을 지낸 분을 만났는데, 소속 대학에서 국제교류 업무만 40년째 하고 있단 예길 듣고 놀랐다. 외국 대학과의 경쟁에서 우린 빨리 빨리 하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지속성 면에서는 뒤처진다. 국제교류는 인맥관리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제교류 보직자가 1, 2년 만에 바뀌는 상황에선 교류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기 어렵다.”

인사정책에 있어서 국제전문가를 육성하겠다는 대학의 의지가 있어야 내실있는 국제화가 가능하단 지적이다. 김 회장은 외국인 교수·학생들을 위한 행정지원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학생과 교수들이 국내 대학에 들어와 생활하고 떠날 때까지 모든 것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OISS(Officers for International Scholars and Students)시스템이라고 한다. 이미 우수한 교수들은 그쪽 나라에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교수들을 데려오기 위해선 생활전반을 지원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이 필요하다.”

인프라의 확충이 이뤄지면 우수한 외국인 교수·학생의 유치가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영어강의도 내실화가 가능하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영어강의는 먼저 학생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해야 하고, 우수한 외국인 교수·학생과 같이 공부할 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공계열의 경우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서 실력 있는 외국인 학생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의 인사정책과 인프라 확충, 우수한 외국인 교수·학생이 모두 갖춰지는 게 국제화의 모범답안이다.”

김준현 경희대 대외협력팀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KAIE(Korean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Educators)는 1998년 대학의 국제교류 업무 담당 직원들의 친목 모임격으로 시작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140개의 회원교와 국내외 협력·유관기관 20여곳, 7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단체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대학 직원들 중심으로 모임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국제교류 보직을 맡은 교수들도 상당수 가입돼 있다.

“처음에는 서울 지역 대학들의 국제교류 담당직원들이 모여 고민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는 친목모임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국제교육자협회(NAFSA), 유럽국제교육협회(EAIE)가 있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기관이 국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직화하게 됐다. 지금은 회원들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KAIE는 △국제전문가 양성 △국제교류의 질적·양적 균형발전 △국제교류 윤리 강화 △연구 활성화(전문저널 발간을 위한 기초작업) △조직 내 국제교류교육부서의 위상 강화 등을 주요 사업기조로 삼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화에 대한 양적 팽창이 이뤄지다보니까 대학 간 과잉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등록금을 터무니없이 할인해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국립대에서는 안 그래도 싼 등록금을 20~30% 할인해 주기도 하는데, 입학을 유도하기 위한 단발성 혜택 보다는 재학 중 받을 수 있는 장학금 혜택을 늘리는 게 낫다. 물론 장학혜택은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 돌아가야 한다. KAIE에서도 회원들을 이런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교육에 힘쓸 것이다.”

대학의 국제화 업무는 담당부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기획·입학·교무·학생·취업 등 대학의 모든 부서가 관련돼 있다. 김준현 회장은 “대학 조직 내 국제화 유관기관이 균형 있게 성장해 유기적 협력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화에 있어 최근 대학들의 고민은 외국인 교원 채용 시 필요한 검증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대학들이 국제화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인 교수를 확충하고 있는데, 외국인 교수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KAIE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교육당국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대학의 국제화가 어떻게 변모될 것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특성화’와 ‘전문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3~4년 전부터 몇몇 대학이 국제화를 선도하는 판도에서 벗어나 각 대학이 한 두가지 분야를 특성화하고 있다. 해외 인턴십을 전문적으로 하는 대학이 있고, 중국이나 베트남 등 특정한 나라에 주력하는 대학도 있다. 인바운드 보다는 아웃바운드를 고민하는 대학도 점차 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또 국제화에 있어서 우리 보다 앞선 해외대학들을 따라 외국인 학생 전담 상담부서가 생길 것이고, 국제교류담당 직원의 전문성도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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