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시대의 아픔과 도전정신
[사설] 이 시대의 아픔과 도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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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8.02.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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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2월에도 장독이 깨진다고 했다. 지금은 이상난동으로 그럴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우 리는 아직 겨울옷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해마다 대학가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일찍 화려한 봄 축제로 들뜨게 된다. 왜냐하면 졸업식 입학식으로 온 캠퍼스가 꽃다발에 묻히고 가족과 친구와 또는 연인들까지 함께 모여서 기쁨을 나누기 때문이다.

일년중 이 때만큼 대학가가 한껏 최고의 사치로 신부화장을 하고 이때만큼 진심으로 기쁨 의 절정을 이룰 때는 없다. 입학도 졸업도 그 동안의 힘겨운 노력에 대한 성취의 결과이고또 그것은 새로운 인생을 향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한국의 대학가가 전처럼 설레임과 기쁨을 갖고 축제 분위기가 될 수 있을까? 1950년 서울 동숭동 서울대 문리대 입학식에서 방종현 학장은 이렇게 축사를 시작했 다.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군요"

이렇게 축사 아닌 축사가 되어버린 까닭은 바로 전날 6.25전쟁이 터졌기 때문이다. 식이 끝난 후 우리는 모두 멀리 흩어졌고 그후 우리는 아무도 방학장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제 우리가 맞이할 98년도 대학의 봄도 그렇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군요"하면서 우리는 울먹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 다.

이번 졸업생들 중 취업이 결정된 사람은 매우 적다.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가 취소당한 졸 업생들도 많다. 심지어 교수 임용에서까지 취소통지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학사 석사를 마치고 박사 가운가지 입는 사람들의 실망감은 4년 졸업자들보다 훨씬 심각하 다.

이같은 고통은 입학생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4년 뒤의 우리 현실도 불투명하고 4년을견디기 어려운 학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시기라고 하더라도 기나긴 시험지옥을 이겨내고 합격의 영광을 얻어 한 캠퍼스 안에 모인 입학생들에 대한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재학생이나 가족 친지 친구 들 모두 조금도 아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 취업 문제를 떠나서 그 동안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이룩한 학업의 큰 성과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야 한다. 왜냐 하면 입학이나 졸업이나 그것은 모두 우리가 일생 살아가는 과정에서 성취한 고귀한 승리이 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학은 너무도 반가운 한 식구와의 만남이며 졸업은 영광스러운 미래를 위한 새출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곧 3월의 새학기를 맞이하게 될 이 나라의 대학은 전과 다름없이 마음껏 축하의 박수와 노랫소리로 충만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축하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과거와 달라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서로의 격려와 위로와 현실에 대한 의연한 도전정신이다. 졸업생 중에는 이미 실의의 함정에 깊숙 이 빠진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또 신입생이나 재학생들 중에도 앞으로 비슷한 고통을 겪을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실의와 낙담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우리 들의 선배가 전쟁때 그랬듯이 결국 시간이 흐르면 모든 고난은 끝나는 것이며 우리는 그 미래를 확실하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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