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신입생부터 40~50대 회사원까지 500여명 참석

21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연 입학설명회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1학년 신입생부터 40~50대 회사원까지 법조인을 꿈꾸는 남녀노소가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강당 좌석(총 407석)을 꽉 메웠다. 통로 계단에 앉고 뒤에 온 사람들은 출입문 앞에 서서 듣기도 했다. 로스쿨 개설 대학 중 처음 열린 이날 설명회는 ‘로스쿨 열기’의 압축판이었다.

서울대에서 21일 열린 법학대학원 첫 입시설명회에 700여명의 직장인과 학생들이 발디딜틈 없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민규기자
로스쿨 법조인을 꿈꾸는 발길도 각양각색이었다. 대기업 회사원 김모씨(36)는 “로스쿨 시험이 어떻게 출제되는지 궁금해 회사를 조퇴하고 왔다”며 “그러나 아직은 정보가 부족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가란씨(20·서울대 소비자학과 2년)는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된다는 말에 법대를 가지 않고 다른 전공을 택했다”면서 “소비자학을 배우며 소비자법을 들었는데 비법학사와 법학전공자 간의 차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을 5년째 준비하고 있다는 서울대 93학번 김모씨는 “사시에 자꾸 떨어져 로스쿨로 방향을 전환해볼까 하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아들 대신 참가한 70대 노부부, 만삭의 몸을 이끌고 남편을 위해 설명회를 찾은 아내 등도 눈에 띄었다. 임모씨(30·여)는 “회사에 있는 집안의 가장(남편)을 위해서 나왔다”면서 “열심히 받아 적고 메모하긴 했는데 학교 측에서 구체적인 점수 반영 비중도를 밝히지 않아 큰 도움은 못될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쿨 입시’는 이미 점화됐다. 서울 강남 로스쿨 학원가에서 밤 늦도록 논술·추리 수업에 열중하는 40~50%가 직장을 다니거나 그만둔 사람이다. 현재 네이버·다음 등의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로스쿨 카페 400여개가 등록돼 있고, 유명 카페엔 평균 1만~2만명, 많게는 6만명가량이 가입돼 있는 터다. 실제 참석자들은 설명회에서 학부성적 반영 방식이나 법학사·비법학사의 비율 구분, 외국어 점수 반영 방식 등 평소 의문을 갖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호문혁 법대학장은 “법학 전문대학원은 종전의 판사나 검사, 변호사만을 법률가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법률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관점에서 새로운 의미의 법률가를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로스쿨의 특성화 목표를 공익인권, 국제법무, 기업금융이라고 소개한 뒤 전체 190개(560학점) 교과목 중 27개 이상을 외국어로 진행할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이 되는 데 최소 3년 이상의 시간과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친 로스쿨 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 이창수 상임 공동집행위원장은 “사시처럼 변호사 숫자를 심하게 제약하고 변호사 자격시험까지 별도로 두고 있는 현행 로스쿨 제도의 특성상 시험에 장기간 매달려 있는 ‘로스쿨 낭인’이 양산될 우려도 있어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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