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의 개혁과제가 각국의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최근 창의력과 국제화를 표방한 대학교육의 21세기 청사진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와 대학 당국은 현재 싱가포르 대학생들이 앞으로 싱가포르가 유지하고 있 는 국가경쟁력을 계속해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을 놓고 고민해왔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작년 여론조사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창의력과 개혁의지가 부족하다고 시인한 것으로나타났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적 경제거점인 싱가포르 경제위상에 걸맞는 창조적인 과학자와 인재를 산출하는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공식적 문제제기는 성장을 거듭해온 싱가포 르 미래를 위해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는 긍정적인 여론을 얻고 있어 정부의 개혁작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3만3천명 학생이 다니는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공대 두 개의 대학 출신 인재들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루어냈다.

참타오순 난양공대 총장은 "이번 대학개혁은 싱가포르 대학생들의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 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창의성을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싱가포르 대 항창치 총장은 "다가오는 세기에 우리는 이웃국가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고 말할 것 도 없이 아이디어의 질, 창조적 사고로 승부가 날 것"이라며 "창조적 사고만을 강조하는 것 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개혁의 목표"라고 말했다. 항총장에 의하면 이미 싱가포르대학은 책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1년간 씨름해야 해결할 수 있 는 프로젝트 위주의 열린 교육으로 전환을 모색해왔다고 한다. 항총장은 "암기위주의 즉문 즉답식 교육은 의미가 없다"고 기존 교육을 비판한다. 싱가포르대는 앞으로 창의력교육을 위해 대학원의 확대와 비중 있는 연구 프로젝트를 늘리고 학부 커리큘럼을 손보는 등 학생 들에게 새로운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당국은 올 초 MIT에서 연구팀을 초청, 싱가포르대와 난양대의 교육개혁에 대해 6개월간 자문을 받았다. 두 대학이 MIT 연구팀은 물론 미국 대학의 협조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영국은 '싱글리쉬'로 불리는 독특한 영어액센트는 물론 대학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남겼다. 그러나 오늘날 학생들은 미국식 영어를 국제통상어처럼 사용한다. 교수들도 영국 캠 브리지보다 미 매사추세츠에 있는 캠브리지대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 참총장은 영국과 싱가포르는 전통적으로 많은 교류가 있지만 미국과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며 대학도 미 국식으로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총리도 두 대학이 미국식 대학으로 발전할 것을 격려하며 싱가포르 두 대학이 '아시아의 하버드와 MIT'로 불릴 수 있도록 성장할 것을 주문했다.

싱가포르는 우선 외국학생을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학당국은 내년부터 싱가포르학생이 내는 3천7백50달러의 두배나 되는 현 외국인 수업료를 국내학생 수준으로 대폭 인하한다. 또 외국인 학생정원을 20% 늘리고 대학원생의 비중도 높일 방침이다. 싱가포르대 한 컴퓨터과학교수는 싱가포르가 미국을 비롯 다른 나라 학생에게 제공할 것은 북경 표준어 말고도 다양하며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거점이자 중국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학당국은 서구의 대학이나 학자들이 싱가포르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을 푸념 한다. 항총장은 싱가포르가 갖는 아시아의 미덕인 '질서, 합의, 복종, 충성, 존경'에 대한 서 구인의 이해부족을 지적한다. 일부 지식인들은 싱가포르 정부가 지나치게 이런 미덕들을 강조해 언론자유는 물론 학생들 창의력을 막는다고 지적한다. 외국인들도 싱가포르 국내문제 에 대해서 말할 때 조심해야한다는 걸 안다. 전 국립싱가포르대학교 미국인 교수 크리스토퍼 링글이 "편협한 정권이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하기 위해 사법부를 이용했다"고 비판한 기고를 실었다가 링글 교수는 물론 이 글이 기고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도 21만달러를 벌금으로 물었다. 이런 환경은 싱가포르에 대한 외국교수나 학생들이 갖는 관심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항총장은 "싱가포르가 성장해온 저력을 믿고 그 저력에서 싱가포르의 미래가 나올 것"이라며 미래에 대해 낙관했다.

싱가포르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대학교육 개혁은 비슷한 문제와 위기의식을 지닌 한국 대학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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