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키는 일본인’ 호사카 세종대 교수

“독도 문제를 연구해 한일관계에서 독도가 평화의 섬이 되는 데 공헌하고 싶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일본인이면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다. 특히 독도 문제를 역사적으로 접근, 자료 수집과 관련 연구를 통해 독도가 한국 땅임을 증명해 내고 있다. 그를 두고 ‘독도 지킴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역사문제와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이 많았다. 1988년 한국으로 유학(고려대 어학원 입학) 온 것도 그 때문이다. 1990년 진학한 고려대 대학원에서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면서 일제 침략과정과 일제 강점기를 연구했다.

독도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유한대학 전임강사로 있을 때다. 당시 일본어를 가르쳤던 호사카 교수는 “학생들에게 독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질문에 잘 대답하지 못해서 독도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독도문제에 천착하다 보니 역사를 풀어야 답이 보이는 문제가 많았고, 역사를 좋아했던 그는 점점 독도에 빠져들었다. 그가 쓴, 2002년 ‘독도문제에 관한 미해결 문제 고찰’이란 논문과 2005년 출간한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란 저서는 한일 양국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과 일본에서 나온 독도 관련 책들이나 연구 자료를 비교해 보니 한·일간 시각 차이가 너무 컸다. 그래서 양국의 주장을 검증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시키고 있는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호사카 교수에게 한국인은 어릴 적부터 친숙한 나라였다. 사업을 하시는 부친과 왕래한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도 좋았고, 어렸을 적 우상이었던 최배달, 역도산 등 스포츠 스타도 재일 한국인이었다. 청소년시절 좋아한 가수 중에도 재일 한국인이 많았다. 특히 도쿄대 재학시절 친분관계를 가졌던 재일 한국인 친구들이 “남북 분단의 원인이 일본에 있다”고 얘기했을 땐 ‘언젠간 꼭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원하던 대로 1988년 한국으로 유학 온 그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이란 나라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2006년 사망)이나 소프라노 조수미 씨 등 세계적인 인물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느꼈다.

2003년엔 독도 연구를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어 아예 귀화를 결심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귀화하지 않고,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주장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란 얘길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귀화한 뒤에 독도 문제에 대한 연구를 더 본격적으로 할 수 있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독도를 연구하고 관련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상당한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일본 내 학자들은 독도 문제에 관한 한 객관적인 연구를 피하고 있다. 독도 문제를 연구하는 일본 학자들은 ‘독도는 일본 땅’ 이란 결론을 먼저 내리고 연구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왜곡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독도에 대한 자유로운 연구가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으로 귀화해 ‘독도는 한국 땅’이란 주장을 펴고 있는 그에 대한 일본의 시각은 어떨까. 호사카 교수는 “일본에서는 나를 위험한 인물로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의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비판한 사람은 없다. 거의다가 인신공격에 가까운 것들이고, 인터넷을 보면 지지하는 의견도 꾀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올해로 귀화한 지 5년이 됐다. 1988년 한국으로 유학 온 뒤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에서 보낸 그에게 한국의 대학에 대해 물었다.

“한국의 대학은 일본의 대학과 비교할 때 돈을 잘 못 버는 것 같다. 그것이 꼭 수익사업이 아니더라도, 일본의 대학들은 4월 개강 전 각 대학이 입시일을 각기 다르게 잡아 더 많은 학생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로 인해 올리는 전형료 수입이 만만치 않다. 한국의 대학도 정해진 룰 안에서 최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세계적인 대학을 많이 육성하려면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한일관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물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창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해법이다.

“한·일 양국은 임진왜란 때부터 갈등관계를 갖고 있다. 400~500년 된 갈등관계가 하루아침에 풀릴 수는 없다. 평상시에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다가도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 신사참배 문제가 터지면 즉각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대부분이 역사문제 인데, 이에 대해 양국이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공동 역사연구를 통해 공통 교재를 만든다거나 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있어야 한다.”

현재 호사카 교수는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학을 강의하고 있다. 특히 그가 개설한 ‘역사와 한국의 영토’ 강의는 학생들로 하여금 독도문제를 역사적인 배경에서 살펴보게 한다. 자신이 직접 발굴한 지도와 문서를 보여주며 강의하고 있어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독도문제를 연구하면서 그 배경이 되는 역사에 흥미를 많이 느꼈다. 독도 문제는 배경역사를 풀어야만 풀린다. ‘역사와 한국의 영토’라는 강의는 제가 직접 개설한 것인데, 독도에 관한 제 연구 주제와도 같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할 것이고, 한일관계에서 독도가 평화의 섬이 되는 데 공헌하고 싶다. 얼마 전 ‘조선선비와 일본 사무라이’라는 책도 펴냈는데, 이처럼 양국의 문화적 비교를 통해 서로간의 이해를 돕는 연구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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