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학 황무지 개척



‘한국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윤석철(68) 한양대 경영학부 석좌교수는 고령의 나이에도 일주일에 3번씩 특강을 다닌다. 기업인들에게,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다.

“35년 전 제가 한국에 들어왔을 당시 대학 강의는 선진국에서 개발된 이론을 전수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글로벌 무한경쟁이 시작됐어요. 이런 변화 속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특강을 다니고 있어요.”

워낙 유명하다보니 여기저기서 강의 청탁이 많이 들어온다. 강의료는 얼마나 될까. 윤 교수는 “강의료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얼마 줄 건지 묻지도 않습니다. 그냥 주는 대로 받습니다. 다만 강의가 끝난 후의 평가에는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10만원을 받더라도 ‘윤 교수님 강의는 100만원 이상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만족합니다.”

윤 교수는 자신의 강의료도 경영학으로 설명한다. 윤리적인 삶을 살려면, 그리고 윤리적인 기업 경영을 하려면 ‘가치>가격>원가’ 부등식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느끼는 가치가 더 커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경영학 원리는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학생들이 취직해서 매달 200만원을 받는다고 했을 때, ‘나는 200만원을 받으니 200만원 어치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망하는 겁니다. 200만원을 받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일하면 이런 사람은 ‘5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그러다 보면 계속 성장하는 거지요.”

윤 교수는 이처럼 경영학을 인문학과 자연과학, 철학 등으로 함께 어우르기로 유명하다. 경영학을 다양한 각도로 조망하고 해석한다.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꼽히며, 국내 경영학 석좌교수 1호이자, 한양대 경영대학의 유일한 석좌교수 명예를 얻은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한양대가 자신을 석좌교수로 부른 이유에 대해 ‘황무지 개척’이라고 말한다.

“30년 전부터 서울대에서 생산관리를 가르쳤어요. 생산을 하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기술인데, 이런 기술도 경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30년 동안 ‘기술경영학’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 분야는 황무지나 다름없어요. 제가 연구하는 경영철학도 마찬가지지요. 한양대가 날 부른 것은 이러한 기술경영학, 경영철학의 중요성을 인식해  황무지를 개척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대학에 경쟁을 요구하는 지금, 대학들은 해결책을 애타게 찾고 있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한 답으로 “프론티어 정신으로 새로운 학문을 개발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한양대학이 날 석좌교수에 앉힌 것은 이런 식의 황무지 개척으로 볼 수 있다”며 “한양대학이 그만큼 앞서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웃는다.

윤 교수는 한양대의 ‘황무지 개발’을 ‘너 살고 나 살고’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상대와 나 사이에는 죽느냐, 사느냐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이 두 경우를 상대방과 나에 적용하면 모두 4가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상대와 내가 모두 죽는 ‘너 죽고 나 죽고’, 상대는 죽고 나만 사는 ‘너 죽고 나 살고’, 상대는 살지만 나는 죽는 ‘너 살고 나 죽고’. 그리고 나와 상대가 모두 생존하는 ‘너 살고 나 살고’ 모델이다.

“황무지란 약육강식이 존재하지 않는 경쟁이 없는 곳이죠. 1880년대 미국은 1제곱마일당 인구 2~3명 이하 지역을 ‘프론티어’라고 정의했어요. 그리고 그곳을 발견하면 공로를 인정해 세금을 안 받고 소유권을 줬습니다. 이와 같은 프론티어 정신이 미국을 강국으로 만든 비결입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대학이 새로운 학문을 개발하고 다른 대학을 앞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을 경영하는 CEO, 총장들이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생존경쟁 속에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생기게 마련이죠. 대학도, 기업도,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떻게 해야 ‘너 살고 나 살고’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가 최단시간에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대학들은 국내에만 안주했습니다. 이제는 고객과 시장을 잘 아는 CEO 총장들이 이끌어 가야 합니다. 그래야 대학도 ‘너 살고 나 살고’를 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