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실(54) 파고다교육그룹 대표이사 / 제11대 한국학원총연합회 외국어교육협의회장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힘들었던 IMF때 느꼈어요. 텅 빈 강의실에 드문 드문 앉은 수강생들을 인턴으로 뽑고, 그들에게 30% 이상 수업료를 할인해준게 대박을 쳤어요. 고객이 회사를 살린거죠. 회사 조직표를 거꾸로 뒤집은 이유입니다.”

박경실(54) 파고다교육그룹 대표이사 집무실에는 색다른 회사 조직표가 걸려있다. 맨 윗자리는 ‘고객’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 다음은 그들을 첫 대면하는 말단 직원과 강사들이 위치해 있었다. 박 대표는 기구표의 가장 아랫쪽이다. 스스로를 ‘종’이라고 지칭하는 박 대표가 IMF를 거치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거꾸로 된 회사 조직표’에 있었다.

박 대표는 최근 제11대 한국학원총연합회 외국어교육협의회장에 취임했다. 회장으로서 “외국어학원이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정부의 교육정책 파트너로서의 위상도 확립하겠다”는 박 대표를 25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정부가 학원과 학교를 ‘사교육’과 ‘공교육’으로 양분화하는 인식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고언했다. 박 대표의 경영철학과 정부의 교육정책, 대학의 언어교육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 한국학원총연합회 외국어교육협의회장 선출을 축하드린다. 소감과 포부는
“학원 일을 30년 했고, 파고다라는 브랜드로 성공도 했다. 필요한 공부도 받았으며, 숭실대에서 평생교육 경영학을 가르치기도 한다. 저를 지금까지 키워준 것은 외국어학원이었다. 그러나 지금 학원은 '사교육'이라는 이유로 좋지 않은 평을 듣곤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학원이 한국사회에서 인정받고 존경받고 봉사할때가 됐다. 특히 시대적으로도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치원생들부터 노년의 어른들까지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때까지 학원을 찾는다. 학원이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

- 대학의 외국어교육과 다른 외국어학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교육은 좋은 것, 사교육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공교육은 계란의 노른자다, 학원은 흰자의 역할이다. 두 기관이 조화됐을 때 교육의 수혜자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다. 예컨데 학원교육이 문제라고 사교육을 없애버린다면, 공교육이 다 떠안을 수 있겠나. 못한다. 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학원에 오는 이유는 대학 교육 프로그램이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교육 욕구는 굉장히 빨리 변화하는데, 이들의 다양한 수요를 시의적절하게 충족시키지 못한다. 학원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 외국어학원이 사교육으로 일부 좋지 않은 평을 듣는 이유는 비싸다는 인식때문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대형 학원들은 대부분 법인이어서 결산서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러나 세금 문제 때문에 영세한 작은 학원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면서 높은 세율을 감당하지 못해 이를 누락하는 경우도 있어 불투명하다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학원이 공교육과 함께 국가 교육기관의 한 축으로 서게 하려면 학원을 특수법인화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비영리법인은 아니더라도 평생교육법을 적용하던지 해서, 법인세를 10%정도로 줄일 수 있다면 교육기관으로서의 자부심도 갖을 수 있고 재투자를 통해 더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도 학원비를 경감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 대학 외국어 교육에 대해 평가한다면
“언어교육 측면에서 대학은 학원보다 한 수 아래다.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대학에서 언어 전공한 친구들이 말을 못해 학원을 찾는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영문과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대학 언어교육을 보여주지 않는가. 특히 대학원 과정은 교육보다는 커뮤니티 형성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박사학위 시험에서 그렇게 썼는데, 심하게 말하면 교육이 아니라 커뮤니티다. 실망했다. 학습적 기능보다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배우지 못했지만 사업에 성공한 이들의 학력을 채워주는 역할이 강하다고 본다.

강사의 질도 다르다. 대학은 시간강사가 주로 담당하지만, 학원은 대부분 전임강사다. 학원 강사들은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실력에 따라 월급 이외의 보너스를 챙길 수 있도록해 스스로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교원에 대한 대우는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 반면 매달 평가를 통해 능력이 안되면 나가게 돼있어 경쟁도 치열하다. 한 번 교수가 되면 퇴임까지 보장받는 대학 교수와 다르다.”

- 정부의 교육정책 개발 파트너가 돼겠다고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정부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이원화하는 양분화 논리를 버려야한다. 학원을 공교육의 다른 축으로 인정해 주고 학교와 학원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 스스로 공교육이 뭐가 문제인지 까발려서 봐야한다.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학교뿐이 아니라 학원도 한다. 학원의 자존심을 세워주어야한다.

학원 스스로도 교육서비스 기관으로서 자존감을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권위적인 조직에서 탈 권위적인 구조로 바꿨다. 10년전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기구조직표를 거꾸로 뒤집었다. 맨 위가 고객이다. 그 다음이 고객을 처음 응대하는 직원과 강사들이다. 회사 내부의 권력이라고 얘기하는 특정 부서가 그 다음이고, 대표인 저는 가장 밑으로 내렸다. 스스로 '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종로 2가에 세운 파고다 학원을 30년 만에 국내 최고의 언어 교육 기업으로 키웠다. 그 동안 어려움도 많았을텐데,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IMF 때는 회사도 나라도 고객들도 모두 위기였다. 강의실이 텅텅 비어갔다. 그러나 지금 어렵더라도 공부는 시켜야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저들을 도울 수 있을지 기도하고 고민했다. 그 때가 직원을 인턴으로 뽑을 때였는데, 취업이 어려운 수강생만을 대상으로 사원 모집을 알리고 인턴 직원으로 뽑았다. 이들에게 수업료가 얼마였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당시 7~8만원이었는데 5만원정도가 좋다는 의견이 많아 고민 끝에 그렇게 했다. 수업료는 이전보다 30% 이상 싸졌고, 이게 대박을 터트렸다. 이때 수강생을 만나는 필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회사 조직표를 거꾸로 달았다. 직원들도 내부 고객이다. 특히 수강생인 고객을 처음 대면하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힘썼다. 직원들에게 내가 ‘오너’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회사는 직원들의 것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다. 그래서 회사의 모토가 '사람을 돕는 사람들'이다.”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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